동결자금 이란 송금돼…바이든, '억류 미국인' 석방 후 "韓 정부에 감사"
유엔총회 앞두고 카타르 중재 통해 수감자 교환 이뤄져 양국 적대적 관계 지속될 듯…한국-이란 교류는 '청신호'
2024-09-19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미국과 이란이 뉴욕 유엔총회를 앞두고 수감자 교환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에 예치돼 있던 동결자금이 이란으로 송금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에 감사를 표하면서 추가적인 이란 제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 동결된 자금이 카타르로 송금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과 죄수교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각각 수감자 5명을 석방했다. 이란에서 풀려난 미국인 수감자 5명과, 미국에서 풀려난 이란 수감자 2명은 이날 미국-이란 간 중재를 맡은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이란인 수감자 3명은 이란 복귀를 희망하지 않아 미국에 남았다. 이 같은 양국의 수감자 교환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60억달러(약 8조원)를 이란이 다시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지난달 카타르 중재 하에 이뤄진 합의를 이행한 것이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수감자 석방 조치는 온전히 인도주의적 행동"이라며 "(오늘의 조치가) 양국의 미래에 또 다른 인도적 행동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수감자 교환을 통해 양국 간 더 큰 협력과 긴장 완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 이행에도 양국의 화해 분위기는 쉽게 조성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측은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는 여전할 것이며, 대이란 제재 등의 철회도 전무하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오늘 이란에 구금됐던 무고한 미국인 5명이 드디어 집으로 온다"며 "이를 돕기 위해 지치지 않고 노력해준 카타르, 오만, 스위스, 한국 정부를 포함한 우리의 국내외 파트너들에게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란 정부가 "이란의 도발적인 행동은 계속해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가 지난 2007년 이란에서 실종된 로버트 레빈슨 전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행방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불법 구금 등과 관련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과 이란 정보부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에게 이란을 방문해서는 안 된다며, 이란에서 구금될 경우 이번처럼 석방을 장담할 수 없다고도 당부했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이란에 너무 무르다는 자국 내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동결자금 문제가 해소되며 우리나라와 이란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 예치됐던 자금은 당초 한국과 이란의 무역을 위해 사용됐었다. 그러나 도날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지난 2019년 계좌가 동결됐다. 이에 불만을 가진 이란은 지난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 국적 선박을 억류하는 등 한국을 지속해 압박했고, 우리 정부 역시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정부는 "이란 동결자금은 카타르로 이전된 후에도 한국에서와 유사하게 식량, 의약품 구입 등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이번 동결자금 이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향후 보다 발전되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