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재명 찾아 '단식 중단' 설득…"기운 차려 다른 모습으로 싸울 시기"
19일 20여분 간 비공개 병문안 문 전 대통령 "이제 길게 싸워 나가야" 이 대표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아"
2024-09-19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식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이제 길게 싸워 나가야 되고 국면도 달라지기도 해서 빨리 기운을 차려 또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의 만류에도 이 대표는 단식을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참석에 앞서 이 대표가 병상 단식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20여 분간 면담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는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배석했다. 언론에 일부 공개된 면담 영상에 문 전 대통령은 단식 중단을 설득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내가 열흘 단식을 했는데 그때도 힘들었다. 근데 지금 20일이니까 얼마나 힘들까 싶다"며 "우리가 공감하고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이제 충분히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이제는 이 대표가 혼자 몸이 아니지 않나. 많은 사람이 다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거듭 단식을 만류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할) 생각이 (아직) 없다"고 말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단식 19일 차인 전날(18일) 오전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국회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녹색병원 옮겨졌다. 이 대표는 입원 중에도 수액 치료 외에 음식 섭취를 하지 않으며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의 면담 뒤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두 분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손을 꼭 잡고 손을 놓지 않으셨다"며 "문 전 대통령은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병원장에게 대표의 건강 상태를 물으셨고 주변에서 단식을 그만두게 해야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또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에게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식할 수밖에 없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전화도 주시고 또 중단해달라는 말씀도 전해주시고 이런 걸음까지 하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권유에 이 대표는 "잘 알겠다"는 정도의 답변을 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건강을 염려하시고 이 대표가 빨리 건강을 회복해야 회복해서 활동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대표는 최대한 빨리 회복되도록 노력하겠다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