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원순환’ 외쳤지만…폐기물 시장 혼란 지속

정부‧대기업 관심…시장 잠재력 인정 받아 시멘트사에 쿼터제‧품목제한 등 적용 주장

2023-09-20     신승엽 기자
경기도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생태계 확산으로 자원순환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폐기물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시멘트사가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 시장 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시장의 가치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폐기물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고, 재활용을 거쳐 새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적 보호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 내에서 폐기물 물량을 두고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자원순환 관련 산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자원순환 산업의 붕괴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열분해 시장 육성 등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는 등 자원순환 생태계 육성을 계획한 바 있다. 폐기물 관련 산업의 가능성은 대기업도 눈여겨 보고 있다. 실제 대기업이 폐기물 관련 업체들을 인수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 한국 최대 폐기물 처리 기업인 EMC홀딩스(현 환경시설관리)를 1조원에 인수하며 사실상 대기업의 폐기물 산업 진출을 알렸다. 지난해엔 폐플라스틱을 잘게 쪼개서 재활용(물리적 재활용)하는 기업인 DY폴리머, DY인더스 등을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도 2019년 인선이엔티를 시작으로 파주비앤알, 영흥산업환경 등의 폐기물 처리업체를 사 모았다. 보광산업은 2021년 인천에 있는 폐기물 선별장 2곳을 인수했다. 다만 대형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했음에 불구하고, 시장 내 질서는 무리없이 유지됐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시멘트사가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장 내 질서가 붕괴됐다. 전국 가연성폐기물 발생량은 늘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사의 매입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가연성폐기물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9.3% 증가했고, 시멘트 소성로의 가연성 폐기물 처리량은 연평균 28.1% 증가했다. 지난 2016년 기준 11.7%에 불과한 시멘트사의 폐기물 사용비율은 2021년 기준 17.9%까지 상승했다.  시멘트사는 t당 6~7만원을 받고 폐기물을 처리한다. 환경기초시설업계는 t당 20만원 수준으로 폐기물을 소각했지만, 현재 t당 가격은 15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후려치기 수준의 가격 차이로 파쇄 및 선별업체들도 저렴하게 폐기물을 소각해주는 시멘트사로 물량을 댈 수밖에 없다. 오염물질 배출 관련 규제 측면에서도 시멘트사가 수혜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폐기물업계 종사자들은 최소한의 쿼터제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사로 대부분의 폐기물이 유입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이라면 인정할 수 있지만, 시장 가격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차라리 쿼터제와 다루는 폐기물 품목 구체화를 통해 영역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