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너지위기 도래 獨…“韓 반면교사 삼아야”
獨, 지난 4월 마지막 원전 폐쇄 이후 에너지 위기 가중 獨국민,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시각 변화
2024-09-20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독일이 탈원전 이후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면서 에너지 위기에 봉착했다. 섣부른 신재생에너지 도입은 국민들의 부담만 키운 만큼, 국내서도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이 지난 4월 마지막 원전을 폐쇄한 이후,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 탈원전 논의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래 꾸준히 진행됐다. 본격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확정 및 추진한 것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에서 유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의하면 당시 독일에서는 국민의 약 79%가 원전 폐쇄에 동의하는 등 탈원전 여론이 강했다. 지멘스, 보쉬 등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의 기점으로 해석하고 원전 운영 중단을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6월 독일연방회의에서 당시 총 8개의 원자력발전소의 2022년까지 단계적인 폐쇄가 결정됐다. 이후 독일 국민의 원전 폐쇄에 대한 여론은 유지됐으며, 2020년대 국민 설문조사에서도 약 77%가 원전 폐쇄에 찬성하면서 독일 정부는 탈원전 정책 관련 거의 완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다. 동시에 독일의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과 탈석탄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로의 이행을 목표로 설정하면서 2010년 당시 17%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 비중을 9년 만인 2019년에 42%까지 확대하는 등 이른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고 평가받았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환경 보호라는 목표에 부합할지라도, 에너지 안보와 국민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천연가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화석연료 및 원자력 발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천연가스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가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1을 통한 대독일 가스 공급량을 전쟁 이전 대비 20%까지 대폭 감축하면서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7월 천연가스 1㎿h 선물 계약 가격이 전년도 가격(20유로 선) 대비 600% 이상 급등했고 독일 정부는 결국 자국 에너지 공급회사 파산을 막기 위해 소비자 가스 부담금 부과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독일 국민들이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는 정도가 더 심화된 것이다. 독일은 탈원전 이후, 오히려 원자력 발전을 강조하는 프랑스 등에서 전력을 더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2분기에는 에너지 순수입이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독일 통계청은 6일 독일의 상반기 발전규모가 234TWh(테라와트시)로 1년 전보다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전력수입 규모는 31%(7.2TWh) 늘어난 반면, 수출은 18%(7.3TWh) 줄었다. 전력수입은 대부분 네덜란드(4.7TWh)에서 이뤄졌으며, 최근 원전 가동을 확대한 프랑스(4.4TWh)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올 상반기 독일 전체 발전규모 중 재생에너지와 석탄은 각각 53.4%와 27.1%다. 독일이 환경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적과는 별개로, 이들이 말하는 ‘비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연명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전기료도 폭증한 만큼, 국민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 연방 에너지·경제연합(BDEW)가 2022년 7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독일 가계의 전기 요금은 2021년 대비 약 15% 상승한 37.14센트/kWh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과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독일의 사례를 통해 대비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독일인들은 웬만하면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데, 원전까지 닫아 전기료가 폭등한 이번 여름에는 특히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정치인들이 친환경을 선, 원전을 악으로 규정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결과 국민들의 불편만 가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