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시민들, '기후재앙 대홍수' 부실대응에 폭발…대규모 반정부 시위
통행금지·댐 보수 미비 등에 불만 고조, "책임자 처벌" 요구 시장 자택 방화까지 이뤄져…정부는 "언론인 퇴거" 미봉책
2024-09-20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최근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동반한 폭우로 2개 댐이 무너지며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리비아의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일 리비아 시민 수천명은 데르나의 랜드마크인 사바하 모스크 앞에 집결해 정부에 리비아 하원의 아길라 살레흐 의장을 비롯한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유엔에 데르나 내 사무소 설치와 긴급 재건, 피해자 보상, 예산 사용처 전면 조사 등도 요구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이날 압둘모넴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자들은 홍수 피해 우려가 계속해 제기됐음에도 댐 보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점,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점, 폭풍 당일 정부가 통행 금지를 권유해 피해를 확산시킨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또 식수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고 있고, 오염수로 인한 전염병 등의 2차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가 현재 내전으로 인해 동부의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로 양분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고통이 단시간에 사라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리비아 동부지역을 관할하는 임시정부인 '국가안정정부'(GNS)는 시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을 정직 시켰다. 또 우사마 하마드 GNS 총리 대행은 대홍수의 책임을 물어 데르나 시위원회 위원들을 전원 해임했다. 그러나 GNS는 데르나 시에서 구조 작업을 빌미 삼아 언론인들의 퇴거를 명령하는 등 실질적인 홍수 사후조치보다 반정부 정서 확산 저지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지속해 받고 있다. 한편 아직 인명 구조가 완료되지 않아 이번 리비아 대홍수의 정확한 사상자 집계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전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를 3922명, 실종자를 9000여 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리비아 북동부에서는 이재민 4만여 명이 발생해 인근 도시인 벵가지와 투브루크 등에서 이들 수용에 나섰다. 국제기구 및 타 국가들의 원조도 이어지고 있다. WHO는 리비아에 25t 규모의 의약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으며, 국제연합(UN)은 지난 15일 7140만달러(약 950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을 요청에 나섰다. 유럽연합(EU)도 현재까지 약 600만 달러(약 80억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지난 17일 유엔인도지원조정실(UNOCHA) 및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을 통해 리비아에 200만 달러(약 27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번 리비아 대홍수가 기후위기가 빚어잰 예견된 재앙이라는 과학자들의 지적 하에 재발 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국제 기후연구단체 '세계기후특성'(WWA)은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폭우 발생가능성을 높였다"면서 이번 리비아 참사가 기후위기 시대로 접어든 주요 '분기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WWA는 각국이 앞으로 기상예보 강화와 함께 기후탄력적인 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