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후공시’ 의무화 임박…재계 “재조정 필요”
데이터 구축·검증에 최소 3~4년 걸릴 것 탄소배출량 검증 전문 업체·인력도 부족 원활한 검증 위해선 선제적 양성 나서야
2024-09-20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기업의 기후대응 관련 정보공개를 강제하는 ‘기후공시’ 의무화가 임박했지만, 재계는 의무화 기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6월 ‘지속가능성 및 기후 공시의 글로벌 표준 최종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7월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의 최종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공시 규칙 최종안은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도 2025년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재계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25년으로 예정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부터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SG 공시기준에 부합하는 원천 데이터 구축에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기술적 설계부터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검증에 이르기까지 최소 3∼4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한상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위원장은 국내 ESG 공시 제도와 관련해 “기업이 납득할 만한 기준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또 ESG 인식이 부족하고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신뢰성을 담보한 연결데이터를 집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기업의 56%가 ESG 공시 의무화 연기를 요구했다. 탄소배출량을 검증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전문적인 검증 기업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탄소배출량 검증과 관련한 국내 전문업체 수는 13개, 검증 자격증 보유자는 약 200명 수준에 불과하다. 공시 의무화에 앞서 양질의 인증업체 및 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도와야 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필수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며 “또한 현실적으로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탄소배출량을 검증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국제 사회는 지구 표면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한 2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은 약 43% 줄어야 하는데, 유엔이 작년 9월 기준 각국의 탄소정책을 살펴본 결과 실제 감축률은 3.6%에 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