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골든타임 지나간다”…정부 원전기업 육성에도 ‘아쉬움’
尹 정부, 한국 원전생태계 전반 구축 육성 나서 ‘탈원전’ 5년으로 힘 빠진 원전산업계 정비해야
2023-09-20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원전기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에 나섰지만, 이미 글로벌 원전 경쟁이 한창인 만큼 현장에선 시기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원전 설비 수출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첫 번째 수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신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업체 215곳의 해외사업 유자격 심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당초 경영 품질 기술 등 세 분야의 심사를 통과해 해외사업 유자격 공급사로 등록돼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기업들이 이러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K-원전과 원전 설비 수주로 100개의 원전설비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원전 신규건설과 공기업 중심의 수출을 넘어, 한국에 원전생태계 전반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강경성 제2차관 주재로 원전설비 수출 유망 프로젝트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원전 설비개선, 운영·정비서비스, 핵연료 공급 등 원전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0개사를 대상으로 수출 마케팅의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원전수출 첫걸음 프로그램’을 시범 시행한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독자 수출기업수를 현재 40개사에서 100개사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수원은 적극적인 원전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 국가는 체코·폴란드·영국·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인도·네덜란드 등이다. 지난해 11월 체코에 원전수주를 위한 입찰서를 제출한 바 있다. 4분기 중으로 최종입찰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폴란드와는 민간 원전사업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방문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원전 생태계 조기 복원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방문규 장관은 20일 취임사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주목 받는 원전 생태계를 조기에 복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발전용량 30만㎾급),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과 함께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탄소중립 목표와 경제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현실성 있는 에너지 믹스를 추진하고 전력계통 보강 등 에너지 인프라, 제도도 신속히 정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납품 대금을 선지급하고, 이들을 2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에 나섰다. 원전 업계에 대한 선제적 발주·자금 집행을 가로막는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업계는 이처럼 원전 생태계 복원 노력이 시작된 것은 다행이지만, 시기적으로 아쉽다는 의견이다. 지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산업의 ‘침체기’가 도래했었고, 원전 생태계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5년간 실질적인 수주는 거의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잃었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는 것도 주요 사안이다. 다행히 2017년 공사가 중단됐던 신한울 3호기와 4호기의 건설이 최근 재개되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건설 재개 덕분에 마련된 일감은 주기기 계약 체결(총 2조9000억원), 보조기기 일감 발주 개시(총 1조9000억원) 등이다. 신한울 2호기 역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운영 허가를 의결했다. 6개월 간 시운전 시험에 들어가는 2호기는 1호기와 함께 국내 전력공급의 4%를 담당하게 된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관련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야 해외 시장의 수요에 맞춰 진출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원전 산업이 항상 준비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우리 원전 기업들의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욱 교수는 또 “현재 세계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건 SMR인데, 한국은 혁신형 SMR 개발에 착수해 2028년까지 표준 설계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찍이 개발에 나섰다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오후 5시 전력수요가 93.6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 무더위로 인해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갱신했다. 원전이 기저 전원 역할을 하며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