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울 자리 찾아 '또다시' 떠나는 조정훈
2024-09-20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최근 꽤나 신선한 뉴스가 들려왔다. 보수주의 정당인 국민의힘과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시대전환의 합당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합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사실상 국민의힘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영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몸을 의탁한 의도와 함께, 그의 정치 인생에도 눈길이 간다.
조 의원이 정치 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21대 총선(2020년) 직전이다. 21대 총선은 위성정당 난립으로 큰 논란이 됐던 선거다. 당시 조 의원은 정치질서를 흐리는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조 의원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조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당시 조 의원은 "완주할 마음이 아니라면 출마하지 않았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단일화하며 이번에도 약속을 어겼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전 30일까지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시대전환 같은 군소정당이 서울시장 보궐에만 몰두하려면 응당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부터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조 의원은 그러지 않았다. 서울시장 보궐을 홍보수단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 기조에 맞추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의힘 입장을 보조하는 조 의원의 행보는 그의 정치적 소신이 정권 이양에 따라 변질되는 것인지 의심케 했다. 민주당 집권 시절에는 기본소득과 코로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외치더니, 집권세력이 바뀌자 검수완박 반대, 김건희 특검법 저지 움직임의 선봉에 섰다. 조 의원은 이번 합당으로 자신의 오락가락 정치 행보에 방점을 찍었다. 조 의원과 함께했던 이원재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국민의힘과 (시대전환은) 전혀 가치를 공유할 수 없는 정당"이라며 "가치와 국민은 없고 탐욕과 협잡만 남은 우리 정치의 추잡한 단면"이라고 조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조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내년 총선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대전환이 추구하는 가치를 내팽개치고 국민의힘에 몸을 의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이 전 공동대표의 비판에 대해 "시작은 같았지만, 이제는 가는 길이 좀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조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돌아보면, 언제나 변한 것은 조 의원이었다. 정치인의 말은 천금이어야 한다. 스스로 내세운 정치적 신념을 수시로 어기는 정치인에게 국민들은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솔직하게 "나의 당선을 위해 누울 자리를 찾아갔다"고 말하는 것이 비판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수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