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턱 높아진 대기업, 외면받는 中企… 일자리 미스매칭 심화
청년 구직자 60%가 대기업 선호, 중소기업 선호는 15% 中企 외면하고 대기업 취업에 ‘올인’ 中企 기피 중 가장 큰 원인은 ‘임금, 복지 부족’
2024-09-21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대기업 채용 축소로 청년 구직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절대다수의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어 고용시장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신규인력 채용을 적극 원하고 있는 반면, 청년 구직자들은 대기업 및 공기업 취업을 더 선호하고 있어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세대 직장 선호도조사’결과,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복수응답)은 대기업(64.3%), 공공부문(44.0%), 중견기업(36.0%) 순이었다.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대기업의 4분의 1수준인 15.7%뿐이었다. 대기업·공공부문 선호현상은 현재도 산업계에 만연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고착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의하면 2022년 3분기 기준 적극적 구인활동에도 채용못한 미충원인원이 18.5만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17만3000명, 93.7%)에서 발생했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청년취업자 수는 청년 인구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전년 같은 달 대비 5만2000명이 줄었다. 최근 불경기로 인해 대기업들 10곳 중 7곳이 채용 계획을 축소하는 것과는 달리,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신규인력 채용 의지가 확고한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중소기업 1031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1.0%가 신규인력 채용계획이 있으며, 평균 6.6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용계획이 있는 직무로는 ‘생산직’(44.7%) 비중이 높았으며, 특히 제조업에서 생산직 채용계획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직자를 향한 중소기업계의 채용 열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구직자들은 관련 업계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좁아진 대기업 채용문을 뚫길 원하는 구직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따라 소외된 중소기업들은 특히 힘든 하반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임금과 복지다. 대한상의는 청년구직자들(300명 대상)이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임금 및 복지수준’(86.7%)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로시간(워라밸) 70.0%, 근무환경(안정성, 업무강도)는 65.7%이 뒤를 이었다. 신입으로 입사 시 희망하는 초봉에 대해서는 ‘3000~35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9.0%로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도 해당 액수만큼 제공할 여력은 되지만, 연봉 상승률이 낮고 상여금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것이 문제로 꼽힌다. 사람인이 기업 105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인당 평균 명절 상여금은 77만원이며, 대기업(131만원), 중견기업(106만원), 중소기업(73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평균 상여 금액이 중소기업의 1.8배에 달하는 셈이다. 그나마 통계에 언급된 상여금 마저도 실제와는 괴리가 큰 편이다. 용산의 콘텐츠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1차 밴더나 제조사나 70만원대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상여는 보통 10만원대거나, 아예 없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대기업 생산직 채용에 수만명의 청년지원자들이 몰린 주요 이유는 ‘높은 임금과 복리후생’때문이라는 응답이 71.7%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대기업 소속직원이라는 평판’(44.3%). ‘고용안정성’(37.3%). ‘근무시간 등 우수한 근무환경’(31.7%) 등이 꼽혔다. 사실상 중소기업들이 갖추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지난 19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최된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 일반 대중들에게도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기업 부스에는 구직자들이 10m가 넘는 줄까지 이루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반면 스타트업이나 중소 제약사 부스 주변은 한산해 채용 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줬다. 전통제약사 D사 인사팀 관계자는 “급여가 낮더라도 일단 계약직으로라도 유명 기업에 입사하려는 구직자들이 많다. 일단 워라밸과 근무 환경이 비교적 좋은데다가, 관련 기업에서 일했다는 점을 이력서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