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중동정책 성공하나…네타냐후, "사우디와 평화 구축해나갈 것"
'극우화' 네타냐후 피했던 바이든…"연말 백악관서 만나자" 화해의 손 이·팔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 논의하기도, '아브라함 협정' 확장 기대
2024-09-21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9개월 만에 전격 회동했다. 양 정상은 이날 자리에서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해 계속해 노력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중동 두 국가의 관계 정상화를 임기 내 정책 목표로 둔 바이든 대통령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0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제78차 UN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이날 1시간이 넘는 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관례적으로 우방인 이스라엘의 총리가 새롭게 집권할 경우 몇 주 안에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에서는 이번 정권이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을 시도하며 강경 일변도의 노선을 취하자 현재까지 만남을 가지지 않았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랜 동맹 관계를 강조하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역사적인 평화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의 평화가 "오래 유지될 것"이라며 "이로써 이슬람권과 유대 국가의 화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진정한 평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가 함께하면 역사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며 "이란과 같은 위협에도 맞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연내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현 이스라엘 정권의 '극우화' 기조를 염려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이라며 "우리는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에둘러 '내정 불간섭'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약속은 굳건하다"며 화답했다. 아울러 연말에는 뉴욕이 아닌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보자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화해의 손을 내밀기도 했다. 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인정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 주제로 오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체결 조건 중 하나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출범 보장을 내세우고 있어 이에 따른 이스라엘 정권의 입장을 논의한 것이다. 네타냐후 정권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평소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인지 행보가 주목된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에 협조해 이슬람 국가들 중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이 이뤄진다면, '아브라함 협약'이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브라함 협약'은 지난 2020년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 체결한 협약이다. 사우디가 가세한다면, 중동이 이란을 '공적'으로 두는 협력 체계가 완성돼 국제사회의 이란 견제를 위한 군사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