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집값 통계 못 믿겠다”… 실수요자들 혼란에 폐지 재점화
표본 늘려 신뢰 높여야… 실거래가 중심 조사 한계 지적도
2023-09-21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집값 통계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이 전 정부가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수요자와 업계 내에선 집값 통계에 대해 불신이 번지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중간 감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전 정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에 걸쳐 한국부동산원 집값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집값 통계 조작에 대한 의혹은 지난 2020년부터 제기돼 202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20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서울 주택 가격은 34% 올랐고 이 중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토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서울 집값이 3년간 11% 올랐다는 주장을 꼬집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부동산 통계 기관의 집값 통계가 차이를 보일 때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통계를 과신하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실수요자들은 집값 통계 조작 의혹이 번지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재직 중인 50대 직장인 A씨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관련 뉴스를 자주 보고,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를 하니 집값이 얼마나 오르고 떨어지는지를 참고하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다”며 “서민들 입장에선 전 재산인 집을 가지고 입맛에 맞게 조작을 하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사 방식의 차이도 문제가 크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 공인중개사는 “KB부동산은 중개사들이 직접 가격을 기입하는 반면 부동산원의 경우엔 실거래가 위주라서 거래가 없으면 조사원이 인근 단지의 호가나 실거래가를 조사해 넣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며 “당연히 현장 중개사들과 부동산원 조사원의 성향이나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보면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 한 단지에서 매주 거래가 있기도 쉽지 않은 데다, 거래가 되더라도 표본이 너무 적어 주간 가격 동향은 실효성이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부동산원 표본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한국부동산원의 표본을 늘리고 조사지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며 “실거래가 중심으로 통계를 작성하는 점도 현장에서의 호가나 실거래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 리서치 연구원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국부동산원에 독립성을 부여해 독립기관으로 자유롭게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주간 통계는 정부의 정책 발표 같은 이슈의 효과를 단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유용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가지고 조사하면 충분히 유의미한 자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