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해임건의안' 가결, 尹 거부할 듯…정국 급랭 불가피
75년 헌정사상 처음…찬성 175표, 반대 116표, 기권 4표 與 "이재명 방탄 이슈 희석하기 위한 민주당의 꼼수" 반발
2023-09-21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미 대통령실에서 한 총리 해임건의안 거부 의사를 밝힌 데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되면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75표, 반대 116표, 기권 4표로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은 75년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한 총리 해임건의안 추진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며 일제히 반대표를 던졌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헌법 제63조에 따르면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해임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발의되며 가결은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6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면적 국정 쇄신을 촉구하며 한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당론으로 정하고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통합형 국무총리를 지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브레이크를 밟을 시기는 충분히 있었지만, 브레이크를 아예 떼버리고 폭주하고 있다"며 "30% 국민만 바라보는 이념의 정치는 끊임없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제안 설명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행정외교, 안보, 경제 등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자행된 광범위한 무능과 폭망 사태의 중심에 총리가 있다"며 "무책임한 내각 운영으로 민생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권분립의 경계를 총리가 앞장서 훼손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도전으로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오늘 총리 해임 건의안 처리가 무능 내각 해체에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민주당의 총리 해임건의안이 이재명 체포동의안 이슈에 대한 '물타기 전략'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과 해임건의안을 같이 표결에 부치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 방탄 이슈를 희석하기 위한 민주당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비상 의원총회에서 한 총리 해임 건의안 제출을 의결하고 이틀 뒤인 한 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로 그날"이라며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이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맞불 성격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강제성이 없어 국회를 통했더라도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리한 국정 발목잡기"라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슈를 물타기 하고 위험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꺼낸 것으로 명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한 총리 해임건의안 추진 배경에는 대정부 투쟁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국민과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에게 국정을 쇄신하라는 분명한 우리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보고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박 최고위원은 또 "지금은 총력 항쟁을 표방하고 있고 총력 항쟁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 국정의 전면 쇄신"이라며 "1특검 4국조에 해당되고 있는 장관들의 탄핵까지도 언급이 됐지만, 가장 상징적인 총리의 해임을 우리가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