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무임승차 넷플릭스 백기…본게임은 지금부터

2024-09-24     김영민 기자
김영민

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지리한 싸움이 종지부를 찍었다. 3년여 동안 협상테이블에 나타나지도 않던 넷플릭스가 2심 판결을 몇개월 앞두고 SK측과 파너트십을 체결하면서 소송전이 마무리됐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다. 1심 재판부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고, 2심에서도 SK브로드밴드에 유리한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자 넷플릭스가 백기를 든 것이다. 넷플릭스가 소송 중에 SK측과 물밑 협상에 나선 것은 망 사용료 논란이 글로벌 이슈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가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시작됐는데 이 파장이 현재 유럽 등 글로벌로 번지고 있다. SK측은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대용량 트래픽으로 인해 네트워크 증설, 관리 등에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관련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설치해 네트워크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넷플릭스가 백기를 든 것은 파트너십 이외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단순 파트너십을 넘어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망 사용료 지불에 대한 계약이 포함됐을 것이다. 양사가 세부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타 기업에게 합의 조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콘텐츠 사업자(CP)와 통신사(ISP)의 망 사용료 관련 계약은 조건이 서로 다를 수 있고, 비밀유지 조항이기 때문에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번 양사의 합의는 SK브로드밴드가 글로벌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싸움에서 얻은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 구글 등 CP들과의 싸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ISP들에게도 길을 터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유럽연합(EU)를 중심으로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들이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관련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작은 외침이 전 세계에 울림으로 퍼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은 언제든 파기될 수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CP들이 네트워크 비용 분담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 개별기업과 합의를 했다가도 향후 변심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트래픽을 통신사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생태계 구성원들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망 사용료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개별기업간 이슈로 치부돼 흐지부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SK브로드밴드 3년여의 노력이 개별기업의 이슈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CP와 ISP가 공존하며 더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