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건설 도산 위기 가시화
종합건설사 폐업신고건수, 2006년 이래 최대치 부동산 PF 만기 도래시기, 자금난 심화 전망
2023-09-24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등으로 국내 건설사들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역 기반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도산 위기에 놓인 상황인 가운데 부동산 PF 만기가 도래하는 이달부터 11월까지도 자금시장 경색으로 대규모 부실 사태가 우려된다. 2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1∼9월(22일 기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신고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05건으로, 2006년의 435건 이래 최대치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단순 계산하면 매일 건설사 1.5곳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역 소재 소형 건설사들에 이어 중견건설사들도 폐업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 계획안은 오는 2024년 1월 16일까지 받는다. 대우산업개발은 경영난 때문에 결제대금을 연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상반기에는 에이치엔아이엔씨‧신일‧대창기업 등이 회생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폐업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업체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며 “부동산 경기가 안좋다 보니 착공 물량이 많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설수주는 이미 몇년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은 공사현장이 가동되는 듯 보이지만 신규착공이 줄어 앞으로 사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면허 유지 비용만 많이 들어간다고 판단되면 결국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에는 총 9곳의 건설사가 부도났다. 건설업계 부도는 지방으로 시작으로 부산과 경북 등 종합건설업체와 수도권 전문건설업체 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을 상당 규모 제공하고 있어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상장 건설기업 중 32개 기업이 PF대출·유동화증권에 대한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의 2배를 초과하는 PF 채무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방 중소 건설기업은 대기업·수도권 소재 중소 건설기업에 비해 한계기업·부실 위험기업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기업·관련 PF 사업장에 대한 미시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전제한 조건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