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가속
스타트업 이어 산학협력까지
2023-09-24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이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대학까지 손잡는 산학협력까지 추진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에 필요한 기술력과 아이디어, 서비스 등을 외부와의 협업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가져오는 개방형 혁신을 말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과 산학협력을 통해 최근 의류 수선 플랫폼 ‘얼핏’ 앱의 MVP(핵심 기능만 구현한 최소 기능 제품) 모델 개발을 매듭지었다고 24일 밝혔다. 그룹 임직원 내부 테스트를 실시해 보완 작업을 통해 최종 앱 개발이 마무리되면 사업화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말 신규 유망 사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의류 쇼핑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에 관심을 가졌다. 착장이 불가능하고 브랜드 별로 사이즈가 천차만별로 구매 후 수선이 필요하더라도 고객이 직접 수선집을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고객과 수선집을 연결하는 O2O 의류 수선 플랫폼으로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아이디어 차원인 O2O 의류 수선 플랫폼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양대 창업지원단과 협력했다. O2O 소프트웨어 개발‧기획 등 부족한 역량을 채우고 MZ세대의 관점과 니즈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앱 디자인 전문인 이동엽(한양대 4학년‧24세) 학생이 플랫폼 개발 전문성을 갖춘 김호준(국민대 4학년‧24세), 박정민(국민대 4학년‧22세) 학생을 모아 팀을 만들었고, 이들은 약 10개월 만에 ‘얼핏’ MVP 모델 개발을 성공했다. 이번 ‘얼핏’ 개발은 온라인 쇼핑 관련 신사업을 골몰하던 현대백화점과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나 테스트용 서비스 개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학생들은 개발 과정에서 번뜩이는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고객 편의 제고 차원에서 의류 문앞 수거‧배송까지 가능해야 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지역 내 비대면 세탁 서비스 업체와 손잡는 방식을 고안했다. 현재 ‘얼핏’ 앱은 고객이 의류 사진을 촬영하고, 수선 요청 내용을 작성하면 수선사의 예상 견적서 발송 → 고객 수락 → 수선 완료 후 최종 견적서 발송 → 고객 승인 및 결제 등의 절차로 처리된다. 의류 수거와 배송 기능은 비대면 세탁 앱을 활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외부와 협력을 통해 신규 서비스 개발까지 추진하게 건 내부 역량에만 치중하지 않고 외부와 협력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을 창출하고자 하는 현대백화점그룹만의 오픈 이노베이션 결실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능동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외부 교류를 통한 혁신을 꾸준히 피력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시작됐다. 정지선 회장은 “개방적 관점을 바탕으로 내외부 협력과 연결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협의체 도입 이래 ‘나이스웨더’(편의점 콘셉트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스미스앤레더’(천연 소가죽 활용 액세서리 맞춤제작) 등 스타트업 총 12곳에 약 34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 투자를 거쳐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매장 ‘핏타민’을 지난달 중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 개장했다. 주변 건기식 브랜드 보다 6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 중이다. 해외 유수 기업들과 협업하는 것 역시 차별화를 달리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사례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함께 국내 첫 공식 ‘디즈니 스토어’를 선보였다. 세계 1위 식품 기업 네슬레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맺어 차세대 건기식 개발 등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 등을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기업부터 유연한 사고와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대학생까지 앞으로도 전통적인 유통 부문 외 영역을 아우르는 경계 없는 협업을 추진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