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동산 경기 안 좋은데… 정책도 소외된 중견·중소 건설사
폐업 늘고 해외수주 사실상 불가 중소·중견사 위한 별도 정부대책 필요
2024-09-24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건설업계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견·중소건설사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계속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서다. 특히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정부의 공급대책 및 해외수주 지원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등록된 종합공사업체 폐업신고는 총 399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98건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같은 기간 2109건의 폐업 신고가 접수되면서 지난해 1701건 대비 23.9%(408건)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건설업체는 발주자와 원도급자, 하도급자 등으로 나뉘는 건설 시장에서 원도급자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종합건설업체는 하도급자에 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여서 종합건설업체는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편이다. 이러한 건설업계 구조상 종합건설업체 폐업은 전문건설업체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도미노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사 부도 또한 이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까지 총 9곳의 건설사가 부도났다. 5월까지 5곳이, 6월 한 달간 4곳이 부도 처리됐다. 건설업계 부도는 지방으로 시작으로 부산과 경북 등 종합건설업체와 수도권 전문건설업체 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사도 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이안(iaan)’으로 알려진 시공능력평가 75위인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 계획안은 내년 1월 16일까지 받는다. 대우산업개발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건설(시공능력 83위), 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 등이 현재 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폐업 수순을 밟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늘어난 배경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지방 중심으로 적체됐고 PF 자금 경색 등 악재가 장기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폐업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업체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며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착공 물량이 많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여전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중소·지방건설사의 경우 어려움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견·중소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제외하고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이 정부 지원으로 해외 수주에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중소건설기업의 해외 수주 규모 비중은 전체의 5%였다. 증가세도 전체 해외수주가 44% 증가할 때 중소건설기업은 2% 증가에 그쳤다. 국내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일부 대형 건설사의 얘기고 대부분의 중소형 건설사는 여유자금이 없어 당장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남아있질 않다”며 “중소, 중견 건설사들은 정말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 돈맥경화가 중소건설사부터 덮치고 있는데 정부 공급대책이나 수주 지원도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헀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고금리 기조로 PF 이자 부담이 커지고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며 “연 단위로 자재를 확보하는 대형사와는 상황이 달라 공사비를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 있어 추석 전 발표될 공급대책이나 추후 관련 정부 대책에서 이들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