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안통하네"…금리 7% 넘어도 급증한 가계대출
금리 상단 9개월 만에 최고인데...잔액은 1.6조 ↑ "당분간 금리 오를 일만 남았다…당국 규제가 변수"
2024-09-24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전망과 경고에도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또 불어났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만 집중한 탓에 긴축 여파가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1조6419억원 늘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일 뿐 아니라, 20여일 만에 이미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을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00∼6.469% 수준이다. 8월 말(연 3.830∼6.250%)과 비교해 이달 들어 상단이 0.219%포인트(p), 하단이 0.070%p 높아졌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560∼6.560%)도 20여일 만에 상·하단이 0.140%p씩 올랐다. 은행채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올랐고,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실제로 '매파적(긴축 선호)' 기조가 뚜렷해지자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는 추세다. 이들 은행의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270∼7.099%로, 지난달 말보다 상단은 0.130%p 올랐지만, 하단은 오히려 0.030%p 떨어졌다. 하단의 하락은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0.030%p(3.690→3.660%) 낮아졌기 때문이고, 상단의 상승은 변동금리에도 코픽스가 아닌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일부 은행의 조정에 따른 것이다. 결국 최근 시장금리가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모두를 밀어 올리면서, 최고 수준이 7%대를 넘어선 셈이다. 지난 4월 기준금리(3.50%)조차 밑돌았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속속 4%대로 반등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데다, 은행들로서는 지난해 하반기 연 5%대 높은 금리로 받아 놓은 정기예금들을 빼앗기지 않고 다시 유치하려면 스스로 금리를 올려야 할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는 전반적 금리 오름세가 여러 요인 때문에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FOMC 위원들의 내년 금리 예상치까지 올라간 만큼 긴축 장기화 우려로 시장금리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 경우 시장금리를 바로 반영하는 고정금리뿐 아니라, 최근 두 달 연속 떨어진 코픽스도 시차를 두고 높아져 변동금리까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