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격랑 속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추가 하락 우려

무협 "수출 기업에 실효성 있는 안전망 제공해야" 정부 효율성 8단계↓…"재정 준칙 입법화 필요해"

2023-09-25     박규빈 기자
마포에서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 순위가 2년 연속 하락한 가운데 다중 위기로 인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수출 중심 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어 만성 공급망 불안정에 시달리는 만큼 이를 해결할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 경쟁력 종합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위였던 덴마크가 다시 1위를 차지했고, 아일랜드가 2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는 2011년 24위, 지난해 12위, 올해에는 2위를 기록하는 등 순위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 성과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4개국 중 28위로 전년 대비 1단계 하락했다. 경제 침체·인플레이션·지정학적 갈등·에너지 안보 등으로 야기되는 다중 위기 속에서 △안정적 에너지 생산 △탄력적 공급망 △유리한 무역 균형을 갖춘 국가・지역은 경쟁력 유지·개선이 가능했지만 수출길로 경제 성장을 이뤄온 우리나라는 원자재나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도 발목을 잡았다.

경제 성과 부문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국제 무역 항목이 12위나 떨어졌음에도 물가는 8단계, 국제 투자 8단계, 고용은 2단계 올라 지난해 대비 8단계 상승한 14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는 중국 부동산 금융 위기와 국제 유가 상승, 글로벌 수요 둔화 지속에 따른 경기 부진 장기화 우려에 따라 올해 4분기 수출 산업 경기 전망 지수(EBSI)가 90.2로, 수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원자재 가격 부담과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김나율 무역협회 연구원은 "수출 기업이 수요 부진·원가 상승·단가 인하 압력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입 원자재 할당 관세 적용을 연장·확대하고, 수출 기업에 무역 금융·수출 바우처 등 실효성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효율 부문'에서 정부 재정은 8단계나 굴러떨어졌다. 국가 채무는 지난 5년 새 400조원 이상 불어나 지난해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예산상 국가 채무는 113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117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3년 연속 국가 채무는 연간 100조원 내외로 쌓이고 있고, 하루 평균 1827억원씩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에 표류 중인 재정 준칙부터 입법해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쟁력 순위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건전 재정 기반을 조성해 정부 효율성을 제고하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