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에 국회 '올스톱'…민생법안, 9월 통과 결국 무산돼

대법원장 임명·노란봉투법·보호출산법·채상병 특검 등 처리 난항 10월 초 본회의 전망에, "양당 정쟁에 국회 멈춰…정상화 필요"

2024-09-25     이설아 기자
25일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 여파로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총사퇴하면서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는 등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올스톱' 상황을 맞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임명 및 각종 민생법안 처리 연기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강대강 여야 대치에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볼멘소리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당초 현안을 처리하기로 했던 이날 본회의의 무산으로, 다음 본회의는 이르면 연휴기간이 끝난 직후인 10월 첫째 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직전 21일 본회의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정회 후 자동 산회했다. 이로 인해 여야는 예정했던 98개 안건 중 8개 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본회의 처리가 예정돼 있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 및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의 상정, △보호출산법 △머그샷 공개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노란버스법 등의 통과와 같은 국민 삶과 밀접한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미뤄졌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특별검사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도 마찬가지로 연기됐다. 다만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던 교권4법(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의 경우 이 대표 체포안 이전 표결을 거쳤기에 무사히 9월 내에 처리됐다. 본회의 무산으로 발이 묶인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후보자 임명안 연기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24일 임기 만료 이후 당분간 사법부가 수장 공백을 맞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법원장 공석으로 법원 정기인사와 대법관 2인의 후임 제청을 비롯해 전원합의체 선고 등의 재판들이 무기한 지연될 전망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인해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를 당하지 않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과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방송3법'은 현재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민주당이 단독 상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본회의 무산으로 상정 자체가 불발됐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한 후 신생아 지방자체단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가 실시된 이후 위기임산부 및 '유령아동' 방지를 위한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머그샷 공개법은 중대 범죄 피의자에 대해 신상 공개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수사기관이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중의 범죄 피의자 얼굴 식별을 용이하게 해 국민 안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 대신 병원이 환자의 진료 내역 등을 전산으로 보험사에 보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란버스법은 소풍이나 현장체험 같은 비상시적 이동에도 노란버스만을 이용하게 한 현행 법률을 전세버스를 활용해도 되게끔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채 상병 특검 패스트트랙'은 이미 시한을 놓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경우 현재 여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80일, 본회의에서 60일을 더해 총 240일이 지나야 표결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21대 국회 임기는 내년 5월 29일까지이기 때문에, 추석을 넘어 패스트트랙이 지정될 시 임기를 넘게 된다. 다만 김진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결단이 있다면 임기 내 처리가 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시급한 법안 통과를 위해 연휴 전인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이후 여야 합의를 통해 본회의를 최대한 빠르게 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상정에 있어 국민의힘과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만약 여야 협의가 결렬되면 다음 본회의 예정일은 약 한 달 뒤인 11월 9일이다. 또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도 본회의를 비롯한 국회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민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장관 후보자 청문회 및 국정감사에 있어서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국회 기능 정지에 제3정당 및 시민단체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정쟁을 벌여 서민과 약자들이 필요로 하는 법안들이 지체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본회의 연기는) 우리 정치와 시민 모두의 불행"이라며 "국회는 할 일을 해야 한다. 국회 정상화를 통한 민생 정상화에 여야가 즉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양당이 모두 민생을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과 같은 최대 민생법안을 정쟁으로 인해 회기 내 처리하지 못한 것을 규탄한다"며 "미처리 법안들이 적어도 10월 초 통과되길 바란다. 올해를 절대 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