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벤처‧스타트업 숙원 BDC…‘차일피일’ 도입 미뤄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정쟁으로 논의 무기한 지연 중 자금줄 말라붙은 업계 “벤처·자본시장에 활력 불어넣을 것”

2024-09-25     김혜나 기자
벤처·금융투자업계의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벤처·금융투자업계의 숙원 사업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이 정쟁에 밀려 지연되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지속돼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BDC는 공모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비상장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등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상장 폐쇄형 공모펀드다. 유망 비상장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로서, 상장을 통해 환금성을 높였다. 비상장주식을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사고 팔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 등에 최소 60% 이상, 안전자산에 10% 이상 투자해 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모집 규모는 펀드당 최소 3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해왔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2021년과 2022년 1조원이 넘던 모태펀드 예산을 올해 3분의 1 수준인 3135억원으로 줄이자,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4조4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2% 감소한 금액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BDC를 통해 자산 총액의 40%를 넘어서는 자금을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고,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비상장기업에 금전 대여도 가능하다. BDC를 도입하면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원활해지고,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를 다양화할 수 있다.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공모형 상장펀드를 통해 혁신기업 자금조달과 함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벤처시장과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로써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 등 참여자들의 협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미국 BDC와 영국 VCT도 고금리·고인플레이션으로 벤처투자가 위축된 현재 상황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됐으므로 국내도 지금이 BDC 도입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BDC 제도가 도입되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VC) 등 인가업체가 공모펀드로 개인투자자 자금을 모집해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개정안에선 벤처·혁신기업 지분증권에 최소 60%를, 국채·통안채 등 안전자산에 10% 이상 투자하도록 했다. 존속 기간 5년 이상의 폐쇄형 펀드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지분 매도로 현금화할 수 있다. 고금리 여파로 자금이 말라붙은 벤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해 주요 업무 보고에 BCD 제도 도입을 포함시키는 등 법안 통과에 주력해왔다. 일각에선 운용주체가 자금관리의 안전성과 벤처투자의 전문성을 전부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투자자 보호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과거 지분 투자를 했던 기업을 보유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BDC에 편입한 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빠진다면, 피해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자본시장법 및 자본시장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공모펀드’ 규제를 적용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해 8월 업무보고를 통해 민간 모험투자시장 성장을 위해 새로운 투자수단 도입 및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며 BDC 추진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입법 의지는 강하지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후 1년 3개월째 소위에 계류돼 있다. 7월 4일 법안소위가 열렸지만 안건이 상정되지도 못했고, 이달 12일 오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11일 오후 돌연 취소됐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상황이 어려운 만큼 BDC 통과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하는 상황에 정쟁으로 인해 법안 논의조차 미뤄지는 상황에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지금은 개정안 통과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