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6일 영장 심사 '기로'···구속 시 '혼란', 기각 시 '수습 속도'
숨죽인 비명계···李 구속 시 '지도부 책임론' 분출 전망 기각 시 친명 체제 강화···원내대표 후보도 '친명 일색' 구속 여부에 與도 촉각···늦어도 27일 새벽엔 결과
2024-09-25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은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 구속 시 친명계 주축의 지도부 책임론이 더욱 부각되며 계파 갈등이 극에 치달을 전망이다. 반면 기각 시에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수습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당내 친명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24일 동안 단식을 이어온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관건이나, 현재로선 이 대표의 출석 의지가 강하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속 여부에 온 신경이 집중된 상태다. 구속 여하에 따라서 당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민주당은 걷잡을 수 없는 '계파 갈등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친명계가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명계는 일단 상황을 관망하자는 분위기다. 친명계가 주축인 지도부가 가결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한 만큼, 당장 나섰다간 집중포화를 맞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도부 중 비명계로 분류됐던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사퇴를 공식 발표했고, 고민정 의원도 지난 22일 최고위에서 "당원들이 사퇴하라면 사퇴하고, 당원들이 남으라면 남겠다"며 사퇴 암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비명계의 행동도 지금보단 훨씬 과감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비명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치한 친명계 지도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요구를 친명계가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극한의 계파 갈등이 예상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빠른 안정을 찾아갈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도 친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의원 등은 여전히 최고위원직을 유지하고 있어 이 대표의 입지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없다. 오히려 박광온 원내대표의 사퇴로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 범 친명계 인사들만 출마하면서, 이 대표가 구속을 면하기만 한다면 당의 친명 중심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는 4선의 우원식 의원과 3선의 김민석·남인순·홍익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관건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이 대표가 끌어안을지 여부다. 현재 당 지도부는 가결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상응하는 조치'를 예고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이 대표가 동조한다면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의 협상 파트너인 국민의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 구속 여부가 미치는 파장은 비단 민주당 내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국회 입법이 사실상 마비된다. 이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연기되며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했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할 시에는 당내 친명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민주당의 반(反)윤석열 정부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여당의 국정 보조가 한층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제1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26일 밤, 늦어도 27일 새벽에는 나올 전망이다. 이 대표의 구속적부심은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