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국경제, 지속 성장 위해 각종 매듭 풀어야

주요국, 신 기술·시장·성장 동력 찾아나서…국내선 각종 규제 발목 사회 양극화, '삶의 질' 직결…양적 성장·질적 분배, 동시 추구 필요

2024-09-25     박규빈 기자
1953년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노동시장 고착화, 인구 절벽 등 다중 위기에 놓여 있어 지속 성장에 초점을 맞춘 중장기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 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는 명실상부한 선진국 라인에 들어섰고, 2019년에는 소득 3만달러와 인구 수 5000만명을 넘는 '3050 클럽'에도 가입해 10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국민 1인당 소득은 1960년 79달러에서 2022년 3만2886달러로 416.28배나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수출액은 6389억달러를 기록했다. 국가 신용 등급은 역대 최고 수준인 AA-(Aa3)이고, 외환 보유고는 4218억달러로 세계 9위, 벤처 투자액 4조원 돌파 외에도 외국인 투자액도 역대 최대치다. 이처럼 글로벌 개방형 국가로 변모했지만 3050 클럽 가입 후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회복과 과감한 점프 업을 통해 더욱 넓고 멀리 보며 변화해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잠재 성장률이 저하되고 불균형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분배 악화에 따른 소득 양극화와 경제력 집중, 불공정 문제, 저출산·인구 고령화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대외적으로는 디지털·그린 혁명과 글로벌 공급망 약화·보호 무역주의, 고물가·고금리 등 3각 파도가 몰아치고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국내외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가 '점프 업'을 하기 위해서는 중기적 관점에서 △저성장 △지능화 혁명 대응 △일자리 문제 △인구 구조 변화 대응 △사회 양극화 △사회적 자본 문제 등 '6대 매듭'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잠재 성장률 저하 문제는 생산 가능한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와 투자 부진에 기인하므로 핵심·원천 기술과 독창성을 확보해 추격자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디지털 혁명과 관련, 이는 속도전인 만큼 구조 개혁과 변화 대응에 미흡할 경우 도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879년 시작된 2차 산업혁명은 문자 그대로 제품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산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70년부터는 컴퓨터에 의한 정보화인 3차 산업혁명,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지능화가 핵심이고 점점 산업혁명의 주기 역시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주요국과 기업들은 신 기술과 신 시장, 신 성장 동력을 찾아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과감한 철폐가 요구된다.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은 산업 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적으로는 유니콘 기업은 1170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져 경직돼 있어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추세다. 덴마크는 유연한 노동 시장-탄탄한 사회 안전망-적극적 노동 정책으로 통하는 '황금 삼각형 모델'을 채택해 노동과 복지, 고용이 함께 유지되는 결과를 얻은 바 있어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제조업 혁신을 통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고용 창출의 보고'인 서비스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면 소득 5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는 평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서비스 산업 생산성을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매년 1%p 이상 경제 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고, 일자리 15만개가 추가로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극화 문제는 '삶의 질'로 직결된다. 근로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인구·문화·의료·교육 부문에서의 수도권-비 수도권 국민 간 격차는 더욱 커져 '지역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양적 성장과 질적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공공·지역·노사·이념 등 각 영역에서 갈등에서 비롯한 상호 간 낮은 신뢰도가 꼽힌다. 때문에 경제·사회학자들 사이에서는 규칙과 기준, 원칙과 공정, 투명과 예측, 상생과 타협, 합리화 포용 등 소위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남기 한국항공대학교 석좌교수는 지난 19일 항공대 특강을 통해 "선진 사회일수록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잠재 자본을 더 많이 쌓아둔다"며 "명료한 규칙 설정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이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이 같은 과정을 이겨내면 반드시 새로운 성장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