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 추석엔 양손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들고가자

2024-09-25     태안소방서장 김기록
태안소방서장

매일일보  |  어느새 선선해진 아침저녁 날씨에 추석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달력을 바라보니 가을은 가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라는 단어는 우리네 마음속에 묘한 풍요감을 안겨준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짓는다. 그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때다. 그리고 함께 즐기며 나누는 것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한편으로는 서늘한 날씨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 걱정이 가슴 한켠을 더욱 채운다. 찬 밤바람 때문에 여름 내 창고에 모셔두었던 난방기기들을 들여놓으실 때다. 따스한 밤 보내시는건 좋으나 혹여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낙엽처럼 쌓이나 자주 찾아뵙질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추석을 맞아 부모님을 방문할 때 두 손 무겁게 마음 가볍게 가야하건만 생각처럼 하기 쉽지않은게 우리의 실상이다.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하며 홍삼과 녹용을 들고 찾아뵙는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안전을 생각하며‘주택용 소방시설’을 들고 찾아뵙는 것은 어떨까 감히 제안해 본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2013~2022년) 간 전국 화재 건수 중 주택화재 비율이 약 18%인 반면, 화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주택화재가 46%를 차지해 발생 건수에 비해 큰 인명피해를 보이고 있다.  집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는 불청객을 막기 위해 문에 자물쇠와 도어락을 설치하고 창문을 보강한다. 하지만 문으로 들어오지 않는 불청객인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2017년 2월 5일부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단독·다가구·  다세대와 같은 일반주택에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와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말하며, 소화기는 가구별·층별 1개 이상 비치하고, 주택용 화재경보기는 방·거실·창고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부착해야 한다. 최근 ‘주택용 소방시설’을 활용해 화재피해를 크게 줄이고 인명을 구한 사례가 자주 보이고 있다. 우리 태안 관내에서도 단독경보형 경보기의 경보음을 듣고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대피하여 인명피해를 방지하거나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진압해서 피해를 최소화한 경우가 많다. 그간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한 결실을 거두는 가을이 되어 뿌듯한 마음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스프링클러나 옥내소화전 설비처럼 큰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근 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구입하고 또 누구나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설치하고 사용하는데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작은 노력이 큰 재앙을 막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추석하면 보름달이다.‘ᄃᆞᆯ하 노피곰 도ᄃᆞ샤’사방을 환하게 비춰 안전의 사각지대가 없게끔 살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국민 여러분이‘즌 듸ᄅᆞᆯ 드듸욜셰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준비하는 것이 소방의 임무다. 여기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함께하면 어떨까? 달빛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제 역할을 할 파수꾼으로서 그 소임을 충분히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