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 책임론에…'비명' 송갑석 최고위원 사퇴, "자기 증명 거부한다"
"체포안 가결, 구속 동의 아냐…법원, 불구속 해야" "가부 여부 고백, 소신 어기는 것…국민 판단할 것"
2024-09-25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비이재명(비명)계' 최고위원으로 분류되던 송갑석 의원이 공식적으로 사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당원들 비토가 높아지자 이에 책임지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새로 구성을 앞둔 원내대표단을 비롯해 민주당 양대 지도부가 '모두 친이재명(친명)계'로 본격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체포안 가결이 오히려 이재명 대표의 당내 장악력을 강화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송갑석 의원은 2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고 무겁다"며 "사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를 전했다. 송 의원은 또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은 검찰 수사의 정치성과 부당성을 사법부 판단을 통해 분명히 밝히려는 뜻이지 구속영장 발부 자체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원은) 이재명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사법부의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했다. 그러나 현재 '가결' 의원을 색출하자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한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모두가 실패한 자리에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없고 분노와 증오만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한 송 의원은 "급기야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증명하지 않는 자, 증명하지 못한 자, 증명이 불충분한 자의 정치생명을 끊는다고 한다"고 일부 의원 및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주장을 비판했다. 또한 "자기증명을 거부한다"고 역설한 송 의원은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국민들의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다. (자기증명은) 양심과 소신에 기반한 제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민주당의 심장 호남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송 의원은 "68년의 민주당 역사가 그랬듯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다시 민심의 바다에서, 극단 정치로부터 소외된 국민의 고단함과 불신을 응시하며 민주당을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 의원의 이날 사퇴는 지난 23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송 의원은 그 전일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표는 이를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 대표가 함께 사의를 표한 조정식 사무총장 및 정무직 당직자의 요청은 반려하고, '비명' 송 의원 사퇴만 즉각 수용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 불편한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의원 사의 수용 및 조 의원 사의 반려는) 인사권자 판단"이라고 간략히 전했다. '친명'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무직의 사의를 수용하면) 당무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의 결정을 두둔했다. 송 의원의 사퇴로 민주당 최고위 내 비명계는 고민정 의원만이 남게 됐다. 그러나 고 의원도 지난 22일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위원이 사퇴 요구를 받는 것은 신임을 잃은 것"이라며 "당원들이 사퇴하라면 사퇴하고, 당원들이 남으라면 남겠다"고 사실상의 사의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송 의원과 고 의원이 모두 사퇴하게 된다면 최고위는 전원 친명계로 꾸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