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北, 미 육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 추방 결정…"활용 가치 없어"
월북 71일만…외교 루트 통할 가능성도
2024-09-27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북한 당국이 무단 월북한 주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을 추방 방침을 밝혔다.
27일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킹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 육군 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킹 이병이 지난 7월 18일 공동 경비 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무단으로 군사 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간 지 71일 만이다. 북한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를 추방할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를 논의하고자 미국과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민간인들은 항공편으로 베이징을 통해 북한에서 빠져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3년 북한 여행 도중 억류된 미국인 메릴 뉴먼은 북한이 추방 결정을 했다고 밝힌 당일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나왔다. 아울러 무단 입북 혐의로 2009년 12월 북한에 억류됐던 로버트 박은 이듬해 2월 북한이 석방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뒤 하루 만에 역시 고려항공편을 통해 베이징으로 갔다. 그러나 킹 이병은 이들과 달리 군인이다. 때문에 판문점을 통해 주한 미군 측에 인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에선 그가 미군 내에서 학대·차별을 당했다고 북한이 주장해 군 당국 아닌 외교적 경로로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북한은 애초부터 킹 이병을 체제 선전 수단으로 쓸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과의 협상을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 카드의 가치도 없다고 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북한은 '불법 침입'한 킹 이병을 자국법에 따라 내쫒아 정상적인 법치 국가임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은 인권 침해국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거꾸로 미국의 인권 침해 사례를 부각하고자 했을 것"이라며 "국제적 절차 또는 합법성에 입각해 인권 관련 조사를 하고 추방 결정을 내렸다고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킹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차 문을 걷어차 부순 혐의로 올해 2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9월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올해 5월 24일부터 48일간 국내에서 노역하고 7월 10일 출소했다. 이후 소속 군에서의 추가 징계가 예정돼 있어 지난 7월 17일 미국 텍사스주로 송환될 예정이었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사라졌고, 다음날 JSA 견학 도중 무단 월북했다. 킹 이병과 관련,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 지난달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알렸다. 당시에도 북한은 킹 이병이 학대와 인종 차별에 반감을 사 월북을 결심해 감행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동시에 그가 망명 의사를 표했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