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문난 잔치 역시 먹을 것이 없다

2023-10-03     권영현 기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몇 주 전부터 계속 군불을 떼면서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났지만 역시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다.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이른바 9.26 공급대책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공공주택공급은 3기 신도시 등에서 3만호, 신규택지에서 8만5000호, 민간물량 공공전환으로 5000호 등 12만호 수준의 물량을 추가 확보하고,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기 공급하며, 뉴:홈 등 기 추진하던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한다. 민간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서 공공택지 전매제한을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아니라 아파트를 짓는 공동주택 용지를 토지소유권 이전 등기 후 전매할 수 있었던 것을 계약 후 2년부터 1회에 한해 최초가격 이하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공공택지 계약 후 통상적 기간 2년보다 조기에 인허가(예, 1년)를 받을 경우 신규 공공택지 공급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존 분양사업을 임대사업으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공사비 증액 기준을 마련해 공사과정에서 증가한 공사비도 원활하게 반영해준다. 그 외 인허가 절차 개선하고 건설인력 확충하며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실거주의무 폐지 등 규제 정상화 입법도 완료할 예정이며 원활한 자금조달지원을 위해 PF대출 보증확대, 중도금대출 지원 등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그리고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건설자금을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상업, 준주거지역 역세권에 건설되는 도시형생활주택 주차장 확보 기준도 세대당 0.6대에서 0.4대로 완화하겠다고 한다. 9.26 공급대책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공급대책의 실질효과는 3-5년 후에 나온다. 최근 인허가, 착공 물량 감소로 향후 공급이 부족해 질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에 흔들리는 시장의 수요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온 대책인 만큼 몇 년 후 나올 실질효과보다 당장 불안심리를 안심시켜주는 심리효과가 더 중요했다. 대책이 발표되고 여러 사람한테 물어보니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고 한다. 매번 그랬듯이 공급 늘리겠다는 대책을 위한 대책 아닌가요? 국민들이 전혀 공감을 못하고 있다. 믿고 기다리면 주택공급이 충분할 테니 굳이 지금 무리하게 집을 살 필요가 없겠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공감을 못하는데 효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이번 공급대책은 국토교통부가 말했듯이 수요자가 아닌 주택을 공급하는 공급자한테 맞춰져 있다. 일반 국민들은 직관적이고 구체적이면서 빠른 효과를 원한다. 3-5년 후 입주물량을 늘리겠다,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은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영혼 없는 대답으로 느껴진다. 행여나 주차장법 완화로 닭장 같은 도시형생활주택만 양산하면서 건축업자들만 배불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수요를 배제한 공급만 늘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전략은 애당초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이다. 진짜 공급이 부족할까? 10년 내 입주물량이 최대였던 2018-2019년 서울 집값은 왜 최고로 올랐을까? 주택시장의 답은 수요자한테 있다. 수요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런 공급자를 위한 정책은 과대포장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시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