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선 개입' 주장하며 대사 초치…러시아는 강력 부인
지난달 30일 선거에서 '친 러시아' SMER 최다 득표 슬로바키아 "거짓 정보 발표…용납할 수 없는 간섭"
2024-10-03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러시아가 최근 슬로바키아 의회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슬로바키아 정부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슬로바키아 측 주장이 '억지'라며 선거개입설을 부인했다.
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외무부는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치러진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친 러시아 성향의 야당인 사회민주당(SMER)을 지원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총선 전날인 29일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슬로바키아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 증가하고 있다'는 허위 보고를 발표했다며 슬로바키아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초치는 외교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교 당국이 자국에 주재하는 외교관을 정부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의 행위를 "슬로바키아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거짓 보고"이자 "용납할 수 없는 간섭"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는 슬로바키아에 대한 허위 정보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적으로 선거개입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슬로바키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SNS를 통해 "러시아가 슬로바키아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는 억지 주장을 강하게 부인한다"며 "슬로바키아의 일부 현재 동맹국과 달리 우리는 다른 국가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의 '슬로바키아 내정 간섭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러시아의 해외 선거 개입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사이버 테러 및 SNS 이용 여론 공작 등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 4월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지난해 독일 선거에서 정계를 개편해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화시키려는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지난 5월 튀르키예의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의 대선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는 자신에 대한 음모론 및 딥페이크(인공지능 합성) 영상 유포 배경으로 러시아 당국을 지목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SMER는 22.9%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과반 의석에는 미달해 연립정부를 이뤄 집권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SMER가 친 러시아 기조를 유지해 온 만큼 '우크라이나 우방'이었던 슬로바키아의 외교 노선 변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SMER 대표인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는 선거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 "슬로바키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했다. 2006년에서 2010년, 2012년에서 2018년 두 차례 총리 직을 역임했던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책임이 '우크라이나의 파시스트들'에게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사유로 내세운 것과 동일한 이유다. 또한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반대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 재개 필요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