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놓고 기싸움…대통령실은 '침묵'

與 "李 정략적 의도" vs 野 "뭐가 그렇게 두렵나" 대통령실은 나흘째 무응답…사실상 '거절' 평가

2024-10-03     이태훈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영수회담'을 두고 명절 연휴 내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장 기각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차 영수회담을 요청하자, 국민의힘은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이 대표의 의도"라며 평가 절하했다. 이에 민주당은 "민생 문제를 다루자는데 뭐가 그렇게 두렵나"며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시작부터 발발한 여야의 영수회담 논쟁은 연휴 막바지인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사과  마디 없이 뜬금없는 민생 영수회담을 들고나온 것은 사실상 민생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 만남을 통해 정치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인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우리 국회이고, 야당 지도부 파트너는 여당 지도부이지 대통령이 아니다"며 "이 대표가 정말 민생에 몰두하고 싶다면 여야 지도부 간 대화 채널을 실효적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생은 대통령을 만나야만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명분 없는 구시대적 영수회담 대신 민생 현안에 대해 여당과 적극 소통하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내내 이어진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일방적 영수회담 제안 정치공세의 저의는 또 다른 방탄 전략임이 뻔히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지금은 떼쓰기식 영수회담보다,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민생에 대해 치열히 논의할 적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정략적 의도', '방탄 전략'이라고 폄훼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상식과 정의를 회복하자는데 뭐가 그렇게 두렵냐"고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연일 이 대표의 '민생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민생부터 민생까지' 챙긴다는 집권여당의 다짐은 호기로운 말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민생영수회담의 주인공은 이 대표도, 윤 대통령도 아닌 국민이다"며 "민주당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초당적 협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영수회담 성사를 재차 압박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이 대표는 '패싱'한 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원내대표를 만날 의향이 있다고 전한 전례로 미루어 이번에도 영수회담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