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합이 곧 민생이다
2023-10-03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지난 9월은 정말 '급변'이라는 한국 정치의 생태적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제1야당 대표가 20일이 넘는 단식 투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속에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어 국회에서는 체포동의안이 당 내부의 분열로 가결되면서 구속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펼쳐지더니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반전이 펼쳐졌다. 여기서 반전이라는 것은 기대와 다른 결과에 대한 반전이 아니라 그만큼 상황이 극적이었다는 의미다.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기에서 돌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말 그대로 기사회생했다. 그동안 자기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와 '방탄 프레임'이 크게 꺾이면서 당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틀어쥘 수 있게 됐다. '가결'이라는 결과를 받아들면서 비이재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한 자리에 친이재명계 홍익표 원내지도부가 들어선 것도 이 대표의 장악력을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위기는 곧 기회'가 현실이 된 셈이다. 물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폭발했던 당내 계파 간 갈등을 수습해야 하고, 당장 11일에 치러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이미 당내에서 가결파에 대한 징계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색출'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또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도 야당의 선명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 때문에 영장 기각 이후 나올 이 대표의 첫 메시지가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대표가 검찰과 여당 당내 비명계를 향한 대결적 언어를 내뱉는 순간 정국 또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가 영장 기각 후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전쟁이 아닌 정치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또 당원에게 보내는 추석 메시지에서 '하나 된 힘'을 언급하며 당내 비명계를 안고 가겠다는 포용의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가 당을 통합하고 안정시켜야 하는 것은 이 대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생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우리 정치가 이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야당이 안정돼야 한다. 이 대표가 끊임없이 강조해 온 '잘하기 경쟁'을 이제 시작할 때다.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는 이 대표의 이 말은 본인에게도 유효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