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그만, 물가나 잡아달라"…총선 앞두고 정치권에 싸늘한 '바닥 민심'
與 '독선·경제 악화', 野 '방탄·정부 패싱' 여야 모두에 질린 시민들…민심 행방은?
2023-10-03 이설아·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이태훈 기자 | "저희 부부는 이제 정치에 신경 끄기로 했어요"
추석 연휴 기간 '바닥 민심'은 어느 때보다 싸늘했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격언에 따라 여야가 너도나도 '민생 행보'를 내세웠지만, 협치와 대화가 실종되고 정쟁 일색인 정치권에 이미 시민들은 등을 돌린 상태다. 추석 연휴 내내 정치 얘기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가족 간 안부만을 물었다는 시민들도 크게 증가했다. 김은영(35·가명) 씨는 정치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삶을 '남의 일'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국민의 삶을 아무 것도 모르니 자기들끼리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박태일(27·가명) 씨도 "정당들이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자신들 이권만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면서 "아마 우리가 죽을 때까지 (정치권은) 저러다가 끝나지 않을까"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같은 시민들의 냉소는 여야가 지지층 결집에만 매진하며 서로 강대강 대결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한 쪽도 편들기 힘들 정도로 서로 '밉상' 포인트를 쌓은 것도 한 몫 했다. 시민들은 정부 여당에 주로 '독단적이고 일방적'이라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62·가명) 씨는 "(정부 여당이) 국민들을 위해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야당에 머리를 조아려서라도 협조를 구해야 하지 않냐"며 "여당 됐다고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싸우기만 하는데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 악화도 정부 여당의 지지 악화에 한 몫 했다. 특히 연휴가 지나고 줄줄이 예고된 물가 인상 계획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가중시켰다. 오는 오는 7일부터 수도권 지하철 요금은 150원 상승해 기본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됐고, 국제유가 역시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이 감산 연장 계획을 밝히며 올해 초 70달러 내외에서 현재 90달러를 훌쩍 넘는 선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값 역시 12주 연속 인상돼 리터당 평균 1800원에 육박했다. 유제품 역시 지난 1일 우유업체들이 3~13% 가까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힘에 따라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도 방탄과 폭주만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대응에만 매진해 민생을 도외시 하고,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정부 여당을 '패싱'하며 실질적인 국정 운영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임윤희(62·가명) 씨는 "(정부가) 뭐라도 좀 해보려고 하면 민주당이 너무 발목만 잡는다"며 "경제가 많이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여야 양 측 모두에 불신이 쌓인 상황에서 이러한 '밥상머리 민심'이 내년 4월 있을 총선에 어떻게 작용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총선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3년차에 실시된다. 결과에 따라서 정부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거나,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약 10%에 달하는 무당층 민심이 어디로 향하게 되는 지도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다. 연휴 직전인 지난 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6.1%, 국민의힘 37.5%, 정의당 3.1%, 기타정당 2.9%였다. 약간의 정치 지형 변화와 11.5%를 차지하는 무당층(없음+잘 모름)의 표심 행방이 총선 결과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