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주거문제와 사회주택

2023-10-04     최홍서 사회적협동조합 청년공동체연합 이사장
최홍서

매일일보 |  ‘새도 둥지가 있어야 알을 낳는다’로 함축되는 사회문제는 결국 저출생이 부동산과 깊이 관련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하락론에 따르면 무주택 청년들에게도 곧 기회가 올 수 있다. 반면, 상승론에 따르면 지금이 영끌의 마지막 기회다.

청년 특례로 제공되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 저금리로 전세 또는 구입 자금을 대출해준다. 대표적으로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이 있다.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은 전세자금이 마땅치않은 청년들에게 상대적 낮은 대출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보증금의 80% 최대 2억까지 연 1.8-2.4% 금리로,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은 수도권인 경우 최대 3억까지 1.5 -2.4% 금리로 대출해준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로 전월세보증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인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저소득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 1년간 월 최대 20만원의 임차료를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청년월세’, 기존 주택청약 통장을 보유했어도 청년우대형으로 전환이 가능한 ‘청년우대용 청약통장’ 등 다양한 청년 부동산 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자산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정책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대출 한도는 곧 기준 가격이 되어 부동산이 일정 금액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하고, 부동산 시장에 계속 유입되는 자금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다. 물론, 청년 당사자는 빚으로 독립을 시작하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의식주(衣食住)의 하나인 주거를, 투기의 대상에서 빼내어 오는 것이다. 주거를 ‘사는 것(Buying)에서 ‘사는 것(Living)’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치한 491세대 아파트 공동체이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은 입주자이자, 공급자이고, 운영자이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지어진 이 곳은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조합원이 임차인이 된다. 물론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므로, 결국 임차인이 주인인 아파트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유하면서 주거 선택의 기준은 “집값”에서 “삶의 터전”으로서 전환될 수 있었다.

위스테이 별내에 처음 방문한다면, 법정 기준의 3배가 넘는 커뮤니티 시설과 넓은 아파트동 사이 간격에 어색함까지 느낄 것이다. 일반의 시공사에서는 좁은 공간에 많은 세대를 짓기 위한 방법을 택하지만 위스테이 별내는 시공사가 지어서 분양한 것이 아닌 협동조합에서 시공사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거주자인 조합원의 요구가 반영되었다. 휠체어 이용자 등을 위해 문턱을 없앴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 시설도 갖추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환경을 중심에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한가지 낯선 점이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기획하고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6월에는 장항준 감독을 강사로 초청하기도 했고, 7월에는 청소년 자전거 대회도 있었다. 협동조합으로 뭉친 이웃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생산해내고, 경제공동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스테이별내의 사례는 상승과 하락론에 매몰되어있던 주거정책의 새로운 길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임대주택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훌륭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태양광 패널을 도입해서 관리비용을 낮추고,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는 물론 헬스장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주거지가 용인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곳곳에 뿌리를 내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