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美 하원의장 해임…매카시 "타협 안 한 것, 후회 없다"
예산안 협상에 불만 가진 공화당 강경파가 해임 주도 美 '권력 3위' 공백 장기화 우려…임시의장에 맥헨리
2024-10-04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역사상 첫 미국 하원의장의 해임 사태가 발생하며 미국 정계가 당분간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전체 회의를 열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가결했다. 미국 하원에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1910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며,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매카시 의장에 대한 '불신임'은 평소 그와 악연을 이어온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전일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임시예산안 처리를 비판하며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고, 이에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며 실제 해임까지 이뤄진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매카시 의장은 연방정부 부채한도 확대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이 예산안 처리 시안인 10월 1일까지도 합의점을 이루지 못하자, 이를 전격 중재하며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막아낸 바 있다. 해당 부채한도 합의안은 정치적으로 논란 소지가 있는 내용을 뺀 일명 '클린 예산안'으로, 연방정부 부채한도 적용은 유예하고 지출에 있어 비국방 분야 동결 및 국방 분야 3% 증액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공화당 강경파들은 정부 예산의 대폭 삭감 및 국경예산 부활 등을 강경하게 요구하며, 민주당과 야합으로 임시예산안을 졸속 처리한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을 주장했다. 당초 매카시 의장은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며 별도의 거래가 없더라도 민주당이 자신을 도울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전원 찬성한 것은, 매카시 의장이 예산안 협상에서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지시하는 등의 행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매카시 의장은 이날 해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직을 떠난다"며 "(하원의장에) 재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안) 협상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정부란 타협점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고 자신의 명분을 강조했다. 아울러 "나는 내가 믿는 것을 위해 싸웠다"며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 싸워나갈 것"이라며 정치 여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카시 의장이 해임으로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미국 의회의 기능 마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미국 의회는 하원의장 매카시 의장의 후계자로 불리는 공화당 패트릭 맥헨리 금융위원장이 임시 하원의장을 맡아 이끌게 된다. AP 통신 등의 외신 등은 매카시 의장의 후임으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 톰 에머 원내총무 등의 공화당 지도부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후보가 없어 의장 공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누가 선출되든 현 바이든 정부와 협상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공화당 강경파가 매카시 의장의 해임으로 힘을 확인한 만큼 같은 상황을 반복해 연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정치권 악재는 이날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날보다 58.94p(1.37%) 떨어진 4229.45로 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도 빠른 정국 수습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직면한 시급한 도전 과제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이 조속히 의장을 선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