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GTX 원안 밀어붙이는 정부… 전문가들 “글쎄”
A노선,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 일정에 지연 예상 A·B·C노선 연장 요구 봇물… 정해진 일정 착공 어려워
2024-10-04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정부가 오는 2024년 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첫 개통을 공식화 했으나, A·B·C노선 모두 기존 일정대로 개통할 수 있을 지 여부에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데다, GTX 추진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인 지방자치단체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이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GTX 개통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려 할 경우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A노선을 시작으로 구간별 순차적으로 개통하겠다고 밝혔고 이날에는 내년 4월 개통을 재확인했다. A노선의 경우 내년 상반기 재정구간인 수서~동탄 개통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 민자구간 운정~서울역 개통 △2025년 전 구간 운행(창릉역·삼성역 무정차) △2026년 고양 창릉신도시 창릉역 △2028년 삼성역 개통 순이다. A노선은 경기 파주 운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동탄역까지 82.1km 구간을 연결한다. 최고 속도는 지하철보다 2배 빠른 시속 180km로 동탄역에서 서울 삼성역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4년 파주~서울역 구간 개통 △2025년 삼성역 무정차 통과 개통 계획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삼성역 일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 일정이 정부의 GTX 개통 일정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무정차를 한다고 해도 터널은 뚫려 있어야 하는데 공사 진행이 빨리 돼도 계획대로 2025년까지 터널 굴착 공사를 완공하기는 무리다”라고 밝혔다. 삼성역의 경우 지하 7층에 이르는 복잡한 환승센터 설계도 고려해야 한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는 삼성역 사거리와 코엑스 사거리 사이 600m 구간(GTX 사업구간 1km)에 도로와 대규모 녹지광장을 포함한 지하 7층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역이 GTX A와 C노선 외에도 지하철 2·9호선 및 위례신사선 등이 지나가 일반적인 터널 공사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C노선은 당초 이미 공사 중이었어야 하지만, 국토부 공무원들의 착오로 창동역(도봉구간)이 지상화로 바뀌며 계획이 차일피일 늦어졌다. 이후 감사원 감사까지 거치면서 해당구간은 다시 지하화로 환원됐고 8월에서야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B노선은 사업 초기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사업의 시공사가 뒤늦게 선정되며 조기착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가 굴착 공사에 앞서 전 구간에 지반 조사를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한다”며 “이 경우 설계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하므로 시간이 계획보다 더 소요될 수 있다”며 “그런데 터널 공사는 건물 신축 등 다른 공사에 비해 변수가 많아 지하철 공사가 유독 다른 공사에 비해 공기를 맞추기 어려운 이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6월 개통한 대곡소사선(서해선 연장선)은 설계 변경과 차량 납품 지연 등으로 수차례 개통이 연기됐다.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도 공사 과정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해 공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지자체별로 요구하는 연장이슈와 주민반대도 문제다. 노선 연장을 원하는 지자체가 워낙 많고 과천 부림마을이나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노선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 그리고 안정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GTX 노선 사업 진행이 지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국토부는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C노선 공사와 관련해 은마아파트 지하 구간을 관통하는 원안을 그대로 추진할 것을 밝혔고, 대부분의 노선에 대해서는 조기 착공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상황을 무시하고 원안 추진하면 계획했던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GTX 개통을 서두르는 것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바람직한 일이지만 최근 건설업 부진으로 건설사 시공사 참여 여부와 노선 인근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정부가 말한대로 원안대로 그대로 추진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작년 정부가 당초 공약으로 내세웠던 GTX E·F노선 신설을 국정과제에서 슬그머니 뺐다가 논란이 커지자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번에도 실현 불가능한 조기착공을 밀어붙이는거 아닌지 우려된다”며 “과거 철도 공사 사례를 보면 통상 터널 굴착이 2년 걸리고 시운전까지 3년이 필요하기에 2년 안에 개통은 무리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