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인대 서는 ‘탕후루’, 올해 국감은 다를까

2024-10-04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매해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켜온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유독 분위기가 무겁다. 내년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기업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올해 국감장에 소환된 증인‧참고인 목록 중 ‘왕가탕후루’는 단연 눈에 띈다. 탕후루는 과일을 꼬치에 끼워, 설탕물을 입혀 굳힌 중국 전통 간식이다. 설탕코팅이 깨지며 나는 재밌는 소리와 달콤한 맛에 어린이‧청소년층을 필두로 올해 최대 인기 간식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배민트렌드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지난 7월 탕후루 키워드 검색량은 올 1월 대비, 반년 만에 47.3배나 늘었다. 검색어 순위는 3위다. 국감장에 서는 왕가탕후루의 전국 매장 수는 이달 기준, 420개에 달한다.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는 ‘왕가탕후루’ 브랜드를 운영하는 달콤나라앨리스의 김소향 대표에게 청소년 설탕 과소비 문제 등과 관련된 질의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끈적한 탕후루 쓰레기를 길바닥에 무분별하게 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환경오염 방지 대책 방안 강구 등에 대한 언급도 예상된다. 탕후루의 화제성에 대해선 의심할 바가 없지만,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사찰이 이뤄지는 자리에 등판은 다수가 의아해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국감이 또 시작됐단 소리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탕후루 트렌드를 타고 기하급수로 늘어난 전국의 탕후루 가맹점의 점주들은 ‘낙인’ 우려에 떨고 있다. 탕후루가 청소년의 부적절한 섭취 습관과 소아당뇨 발병률 증대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단 우려다. 탕후루 외에도 올 한 해 식품가를 휩쓴 고당도 간식들은 많다. 약과, 개성주악, 마카롱, 도넛 등 모두 높은 당도와 칼로리를 갖췄다. 이 중 탕후루 만큼, 혹은 그보다 더 달고 칼로리가 높은 간식들도 존재한다. 탕후루가 화제성이 뛰어다난 이유로 총대를 맸단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이번 탕후루 증인 소환을 바라보는 여론이 부정적인 배경엔 그간의 국감이 낳은 부정적 이미지가 자리한다.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증인·참고인을 남발하는 관행은 줄곧 국민들에게 지탄받아왔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펭수’ 캐릭터 연기자 등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총수와 경영인들을 불러 호통치고, 급선무 돼야할 현안과 동 떨어진 증인‧참고인들이 줄소환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제21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가십성 여론몰이에 매몰돼왔던 과오를 되잡고, 본질에 충실한 국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