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의대 열풍'을 욕하지 마라

2024-10-05     매일일보
원동인
착륙선 비크람이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에서 분리돼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우주개발 강국인 러시아, 일본도 실패한 터라 인도의 성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찬드라얀 3호의 개발·발사에 든 비용은 총 7500만달러(약 900억원). 2013년 개봉한 조지 클루니 주연의 우주 재난 영화 '그래비티'의 제작비 1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미국 정부가 2021년 달 착륙선 예산으로 항공우주국(NASA)에 배정한 예산 8억5000만달러(약 1조1228억원)의 약 11분의 1이다. 인도 우주개발의 '초 가성비' 비결은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다. 그 중심엔 인도공과대(IIT)가 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IBM 대표 아르빈드 크리슈나 등 실리콘밸리 거대기업의 여러 수장을 배출한 공대다. IIT는 인도 국부 자와할랄 네루가 1959년 "굶주림과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과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설립한 대학이다.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엄존한 인도에서 IIT 입학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확실한 신분 탈출구였다. 입학과 동시에 신분의 추월차선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과 꿈에 그리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린다. 매년 고3과 재수생을 포함, 2400만여 명의 수험생 가운데 최고의 인재 1만6000명만 입학한다. 2차 최종 시험과목은 수학, 화학, 물리 단 3개다. 1차 시험을 통과해야 볼 수 있는 2차 시험 응시 기회는 평생 단 두 번만 주어진다. IIT 한 해 졸업생 1만6000명 가운데 3000여 명은 정보기술(IT) 분야 인력이다. 인도에서 연간 배출되는 전체 IT 관련 대학 인력 10만 명의 약 3% 비중이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대한민국의 인재들은 모두 의대를 중심으로 한 메디컬계열에 진학하고자 한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해소는커녕 더욱 가속되고 있다. 선진국은 과학기술 패권을 두고 무한경쟁에 더욱 가속되고 있으며,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가만이 글로벌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대 열풍'이다. 우리나라 이공계 연구원들의 대우는 열약하다. 카이스트(KAIST) 박사 졸업 기준 연봉 5200~5300만 원 정도이고 성과급은 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평균 17%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빅3 연구소로 불린다. 그럼에도 초임 연봉이 이처럼 낮은 까닭은 정부가 연구원 업무를 일반 공공기관 사무직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연구 환경 개선은 다른 나라 이야기이고 오히려 더욱 악화하고 있다. 내년도 국가 R&D 예산이 올해보다 16.6% 삭감됐다. 액수로는 5조2000억원이다. R&D 예산이 깎인 것 자체가 1991년 이후 처음인 데다 액수 또한 매우 크다. 정부출연연구소 1200명이 연구를 중단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야 한다. 필자에게는 딸이 있다. 수학을 좋아하고 나중에 지구온난화 등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원이 꿈이라고 하는데, 답답하다. 국가도 포기한 연구를 네가 왜? 과학 꿈나무에게 뭐라 말해야 할까? 한국에서 과학자, 연구원을 한다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필자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