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달러빚 낸 기업들 ‘초비상’
올 6월말 외화부채 210조 돌파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면서 외화 빚을 낸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549억9800만달러로 전일 환율로 계산하면 약 211조3400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보다 9억6980만달러(약 1조32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빚(외화차입금 외화사채 유전스 등)을 말한다. 대외채무는 2020년 말 1234억5070만달러, 2021년 말 1420억9610만달러, 지난해 말 1540억2820만달러로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들은 단기 차입금을 줄이고 장기 차입금을 늘렸다. 상반기 대외채무 중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는 지난해 말보다 17억2380만달러 감소한 178억2270만달러, 1년을 초과하는 장기 외화부채는 같은 기간 26억9360만달러 증가한 1371억7530만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1360원을 넘으면서 기업들의 외화 빚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14.2원 오른 1363.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장보다 10.6원 급등한 1360.0원에 개장해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1356원) 이후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추석 연휴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매파적 기조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 이날 달러인덱스(달러화)는 107선으로 뛰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 시간) “노동시장이 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필수”라며 “연준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아직 연준의 목표치를 크게 웃돌아 당분간 고금리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기업별 외화부채 규모를 보면 SK하이닉스(31조1043억원) SK이노베이션(13조5962억원) LG에너지솔루션(8조8479억원) 순으로 많았다. 외화부채 규모가 가장 큰 SK하이닉스는 환율이 10% 오르면 순이익이 9212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급등할 경우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며 “강달러 흐름은 연말 미국 경기 변화에 의한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소화하기 전까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