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된 보이스피싱 기승…통신업계, AI 등으로 철통방어

기관 사칭·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증가세…노인·청소년 피해자 ↑ 통신 3사, ICT 역량 총동원…AI 활용한 범죄 예방 기술 개발 온힘 변조 음성 사전 탐지 연구 등 신종 수법 맞춘 대응 필요 목소리 통신 3사, 11일 금융위 국감 출석…금융거래 사고 방지 대책 등 질의 예정

2023-10-05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철통방어에 나서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1451억원으로 전년(1682억원) 대비 200억원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대면 편취형 및 기관 사칭 피해 비중이 늘어나고, 범죄 수법이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어 피해가 여전하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2019년 전체의 8.6%에서 지난해 64.3%로 급증했다. 특히 '범죄 사각지대'로 꼽히는 청소년과 노년층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이 제출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20대 이하의 기관사칭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20년 4009건, 2021년 4251건, 2022년 6196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70대 이상 연령층의 피해건수는 2020년 472건, 2021년 481건, 2022년 481건으로 집계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이스피싱에 사용돼 중지된 무선 회선은 1349개다. KT(645개)와 SK텔레콤(366개), LG유플러스(338개)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의원은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발족 등으로 2021∼2022년 사이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회선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통신사별로 보면 SK텔레콤이 72개로 가장 많았고, LG유플러스(58개), KT(52개) 순이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 통신사들은 최근 고도화되는 보이스피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사전 차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스팸·스미싱, 랜섬웨어 등과 관련한 범죄 예방을 목표로 ‘사이버위협대응팀’을 신설했다. SK텔레콤은 현재 통신사 중 유일하게 AI 기반의 음성 스팸필터링 서비스(VSFS)를 운영, 보이스피싱 전화가 고객들에게 연결되지 않도록 사전 차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청으로부터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번호들을 제공받아 고객이 범죄자로부터 전화를 발신할 경우 이를 차단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고된 문자와 흡사한 내용의 문자를 탐지,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AI 모델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지난해 10만4990건의 보이스피싱 발신을 차단했고 약 767억원의 피해 금액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T는 계열사 ‘후후앤컴퍼니'를 통해 AI 보이스피싱 탐지 솔루션 '후후'를 개발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목소리·말투·단어 등을 AI가 학습하고, 범죄자의 통화내용 패턴과 목소리 등을 분석해 범죄 대상자를 구분하는 식이다. KT는 태스크포스(TF)인 'AI 피싱헌터팀'을 꾸리고 AI가 스스로 보이스피싱 의심번호를 탐지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AI가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를 찾아 통화한 후, 수신사에게 통화나 문자로 보이스피싱 여부를 알려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자금을 이체하거나 출금할 때도 이체 대상자의 연락처를 입력하면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스팸 차단 서비스 'U플러스 스팸 차단 알림' 앱을 지난 2월부터 무상 지원하고 있다. 이 앱은 통화 알림창에 스팸 전화 여부를 안내하는 동시에 범죄 위험이 높은 전화·국제전화·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 등을 이용자가 선택하면 자동 차단하는 서비스다. 다만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AI 음성 합성 기술 등으로 목소리를 변조하는 등 범행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변조 음성을 사전 탐지하는 기술 연구가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수환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발간한 주간기술동향 보고서를 통해 "AI를 활용한 음성 변조 기술로 보이스피싱 위험성이 크게 증가했으나, 변조 음성 탐지 기술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연구의 경우 주로 영어 발화에 대한 연구인 만큼, 한국어 딥페이크 음성 탐지 연구로 보이스피싱·가짜뉴스 등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AI로 위조된 음성 탐지 기술이 활성화될 경우 보이스피싱 예방 뿐 아니라 가짜뉴스, 신원 합성을 통한 사기 예방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관계자는 "범죄 피해 사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자사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ICT 역량 기반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명절·휴가철 등 보이스피싱이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문자 등 창구를 통해 보이스피싱 예방 가이드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경찰청과의 공조를 통해 특별 안내 캠페인 등 공동 사업을 다수 진행 중"이라며 "정부, 금융·수사기관과의 협력도 점진적으로 늘려 피해 규모를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승태 SK텔레콤 고객가치혁신담당(부사장)과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전무) △이재원 LG유플러스 멀티경험(MX)혁신 그룹장 등 통신 3사 임원들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금융위 종합감사 참고인으로 참석한다. 국회는 이들을 상대로 비대면 인증 및 보이스피싱 금융거래 사고 방지 대책을 물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