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기차 보조금 줄이는 유럽, 국산 모델 수출 '비상'

유럽 주요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 프랑스 판 IRA로 국산 전기차 타격

2023-10-05     이찬우 기자
현대차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된 가운데 유럽의 보조금 기준은 더욱 깐깐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된데 이어 보조금도 줄어들면서 국산 전기차 수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기준을 변경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온 독일은 지난해보다 20~30% 가량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축소했다. 이어 보조금 지급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에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독일 자동차 무역 중앙협회(ZDK)는 내년 환경 보조금 예산이 기존에 예상했던 14억유로보다 6억유로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등 큰 영향력을 끼친 독일이 보조금 축소에 나서며 업계는 다른 국가로도 이러한 흐름이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이미 올해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한데 이어 지난달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기를 5년 연장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정부가 마련한 기후변화 정책 시행 일정이 촉박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목표 설정으로 기후변화 정책 목표 달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이유다.

프랑스도 올해 말부터 차량 탄소 배출량 기준을 도입하며 보조금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개편했다.

지난달 프랑스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전기차 보조금의 새로운 기준 등 구체적인 보조금 개편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이는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불리며 한국 전기차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 법이 중국산 전기차 수입 억제를 꾀하면서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까지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평가에 반영되면서 거리가 먼 한국산 전기차가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보조금 수령 여부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출시 모델이 증가하는 속도를 충전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세계적으로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유럽 정부들도 보조금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