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전세사기 피해 추가지원… 재정보완책 필요

대환대출 소득요건 완화 및 신탁사기 피해자 공공임대 제공 등 피해자 모두 지원 불가라는 기존 정부 입장과 배치돼 논란 예상

2024-10-05     나광국·최재원 기자
서울시청

매일일보 = 나광국·최재원 기자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추가지원 방안으로 피해자 저리 대환 대출의 소득 요건과 전세 보증금 요건을 완화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가 사기피해를 다 떠안을 수는 없다’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 상반된 행보에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국토교통부는 5일 전세사기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추가 지원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6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4개월간 6063건을 전세사기 피해자 사례로 인정했고, 전세피해지원센터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지사를 활용해 전국 단위의 안내체계를 구축하는 등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지원 중이다. 그러나 피해자로 인정되더라도 전세사기 유형이 워낙 다양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가 불가피한 피해자의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저리 대환대출 소득요건을 완화하고, 보증금 기준과 대출액 한도를 특별법 상 피해자 인정기준과 동일하게 확대한다. 우선매수권이 없는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인근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시세 30%~50% 수준, 최장 20년 거주)하며, 퇴거위기에 처한 외국인·재외동포에게도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해 긴급주거(시세 30% 수준, 최장 2년 거주)를 지원한다. 아울러 피해자가 경매 개시를 위한 집행권원 확보(보증금 지급명령 및 보증금반환청구소송)와 공인중개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절차 지원을 희망하는 경우 법률전문가를 연계·지원(인당 250만원 한도)한다. ‘빌라왕’ 김모씨와 같은 사망임대인의 상속 절차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경매 등 후속절차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정기 공고를 통해 피해자를 모집해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심판청구 절차비용(법률전문가 수임료 및 최초 상속재산관리인 보수)을 지원한다. 신청인 편의 강화를 위해 온라인으로 피해접수부터 결정문 송달까지 처리할 수 있는 피해자지원관리시스템을 조속히 개발하고, 시스템 개발 전까지 주거지 이전·결정문 분실 등 직접 우편 송달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자우편으로 결정문을 송달할 계획이다. 이번 추가지원의 경우 피해자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수준이나, 기존 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월 “현실적으로 전세 계약 모두에 대해 미반환 사태가 우려된다고 해서 국가가 다 보상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상 문제 때문에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 해 전세 보증사고 예상액은 3조7861억원이다. 보증사고로 인해 HUG가 세입자에게 지급을 완료한 전세금을 뜻하는 대위변제액은 3조1652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대위변제액 9241억원과 비교해 3.4배 증가할 전망이다. 보증사고가 급증했지만 회수율은 낮아지면서 혈세로 운영되는 HUG의 재정건전성도 악화됐다. 올 6월 기준 HUG의 지급여력비율(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은 212%로, 2020년 532%의 절반 수준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은 당연히 이해되기는 하지만 대출문턱을 낮추면 추후 가계부채로 이어지고 추가혈세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정부가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이 총선을 의식한 행보는 아닌지 개인적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보증보험이 전세사기의 ‘마중물’을 제공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보증보험 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과 보증을 무분별하게 허용한 것이 전세사기 문제의 근원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점차 보증보험 가입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하게 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등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HUG만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시장에 혼란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며 “피해자 지원은 좋은 방향이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개선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이후 전세사기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염두하고 적절한 지원과 방지 대책을 상호보완적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