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비자 물가 압박 커진다
고유가에 수입물가 높이는 고환율 악재까지 “현 상태 지속되면 식품업계 가격인상 불가피”
2024-10-09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사롭지 않다. 통상적으로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에 1~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만큼 소비자 물가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5.96으로 7월 130.21에 비해 4.4% 상승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동반 상승해 8월 수입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둔화세를 보이던 물가상승률도 지난 8월 3%대에 재진입한 이래 9월엔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자 8월(3.4%)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하락폭 둔화와 함께 농수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국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국제유가도 고공행진을 멈췄지만, 연말까지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WTI 가격은 배럴당 93.68달러로 거래를 마감하며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일주일새 국제유가는 10달러 가까이 내렸다.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이 확산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경기가 둔화해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7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제유가는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원유, 설탕 등 수입물가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정부 만류로 가격인상 결정을 철회해오던 식품업계는 가격인상을 재고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가 부담에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이 급감한 상황에 가격 유지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통 식품 제조 업체들은 원료 재고를 소진한 뒤 새로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 가격 상승분이 1~2분기 후 반영되는 편이다.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식재료 가격이 올라 외식비 물가 역시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8개 대표 외식 품목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많게는 10% 이상 급등했다. 특히 짜장면과 김밥, 비빔밥, 칼국수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외식 품목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제유가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런 생산비가 증가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인상에 부담을 느낀 식품업계와 외식업체들은 불가피하게 가격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