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동네건축과 혁신

2023-10-09     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장
김서준(土美)

건설산업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부실시공 및 건설원가 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가워졌기 때문이다. 혹자는 건설금액 자체가 이제야 제대로 평가돼야 할 시기라고도 말한다. 일반제품 중에 가장 금액이 고가인 건설비용은 한국의 현대사 50~60년 동안의 짧다면 짧은 역사 속에서 괴이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괴이하다는 표현은 합리적이거나 논리성을 동반하지 않은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의미이다. 자본만 있으면 건설업에 뛰어들거나, 덮어놓고 수주 위주로 실적을 세우는 시공사, 협력업체를 경쟁력이나 전문성으로 선정하는 것이 아닌 친분이나 인맥으로 선정하거나 부실한 내용을 인지하면서도 시공을 실행하는 등의 관행과 관계의 카르텔의 묵은 떼이다.

이러한 속성은 민간건축시장에서도 그대로 두드러진다. 일명 동네건축으로 볼 수 있는 소규모 신축이나 리모델링, 인테리어 시장까지도 집을 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로 모두를 오싹하게 만들어 집을 고치거나 짓기 전부터 소비자를 긴장 상태로 만들게 됐다.

‘집짓기’라는 큰 제품은 언제부턴가 불신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대기업이 짓는 집은 보는 눈이라도 많지만 소규모 건축, 인테리어 시장은 그야말로 무질서 그 자체이다. 시공업체의 전문성이나 프로젝트 진행력, 책임성, 비용의 타당성, 기성지급의 기준과 관리 등을 그야말로 갑과 을, 둘 사이가 알아서 하다 보니 경험이 적은 자가 항상 약자가 되곤 한다.

전문성을 알아보는 눈이 일반 소비자에게 없고, 업체와 고객과의 정보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입장에서는 업체가 마케팅을 많이 하면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공간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인테리어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인데 최근 4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테리어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총 1752건으로 2021년에는 568건이 접수돼 전년 대비 37.9%나 증가했다고 한다.

일명 ‘사기성 인테리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인테리어보다 난이도가 높은 주택 리모델링 시공은 입주자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천정에서 비가 새고 바닥과 벽에서는 습기가 새어나온다. 각종 배관의 배열이나 연결이 잘못되어 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사례와 경험으로 소비자 개별성을 맞춰서 계획과 시공방법을 결정해도 실무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많은 현장에서 과대광고나 포장된 마케팅만으로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결과는 예상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공간을 꿈꾸던 소비자들은 난데없는 분쟁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시공사가 근거 없는 마진을 본다고 생각하고 시공사는 건축경험이 없는 소비자를 상대로 과다한 요구나 비용의 추가적 요청을 통해 점점 갈등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합리적이고 타당한 시공사도 많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갑질을 일삼고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다. 소규모 건축시장에서의 분쟁 해결은 관련법이나 딱 맞는 제도가 없고 ‘노동의 댓가’라는 노동법에 연관이 있어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민사소송으로 장기간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며, 높아져가는 건설원가에 A/S까지 기대하는 것이 불투명할 수 있다.

최근 인테리어 대기업에서는 ‘실내건축 창호공사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고객의 문제인 하자나 지연 발생, 시공 미이행 등을 대응하는 전략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고객들이 업체로부터 일정기간을 지정하여 ‘시공책임보장제도’를 적용받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소규모 시공사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돼야 할까.

자율시장의 틀에 놓여있지만 책임 있는 자율 속 경쟁이 필요하고 소비자는 마케팅보다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시공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