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나온 보험사 매물에 금융지주들 ‘눈독'...업계 판도 바뀌나
롯데·MG손보·KDB생명 등 M&A 시장서 새주인 찾아 하나·우리금융지주 등 인수 후보 물망...가격은 '변수'
2024-10-09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최근 보험사 여러 곳이 M&A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대형 금융지주나 사모펀드 등 이른바 '큰손'들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드러내며 보험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열악한 재무 건전성으로 인해 매수자 측 신용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추가 투입 자금 규모와 투입 기간을 예측할 수도 없어 최종적으로 M&A가 성사되긴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MG손해보험, KDB생명 등 여러 보험사들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에 눈독을 들이는 금융지주사들 간의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갈수록 비(非)은행 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에서, 보험 부문을 강화하려는 지주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시장은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롯데손해보험을 꼽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1130억원을 기록한 알짜 보험사다. 현재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3분기 실적 집계가 끝나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지주사의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자, 롯데손보의 주가는 이달 들어 50% 이상 올랐다. 특히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롯데손보 인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에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뺏긴 뒤 손해보험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순익이 KB금융보다 3700억원 가량 뒤처졌는데, 비은행 계열사 중 보험 부문 격차가 크게 벌어진 영향이 크다. KB손해보험은 상반기 5252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신한EZ손보는 같은 기간 1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도 하나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나손보는 올해 상반기 212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전년 동기(211억원 순손실) 대비 실적이 더 악화됐다. 하나금융은 자산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인 하나손보보다 규모가 더 큰 손보사 인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 자산규모는 13조원이 넘는다. 작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예금보호공사가 경영 중인 MG손해보험도 매각 절차 중이다.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우리금융와 교보생명 등이 꼽힌다. 우리금융은 현재 주요 지주사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를 갖추지 않은 곳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보험사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보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MG손보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명보험업계에선 KDB 생명이 매각을 앞두고 있는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이 KDB생명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 짓고, 인수 여부를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실사 과정에서 KDB 생명의 기업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하나금융의 인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금융지주사들이 각 보험사의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한 행사에서 비은행 회사 인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증권사는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지만, 보험사 인수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지난 13일 영국에서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가진 투자자 행사에서 “적당한 손해보험사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 회장은 또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의 가격이 너무 높다”며 “회계 제도 변경으로 증가한 이익을 그대로 인정하기도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들 CEO들의 발언에 대해 ‘매물(보험사)의 몸값 띄우기'에 장단을 맞추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 보험사들의 몸값이 적정 가치보다 ‘뻥튀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짐짓 관심 없다는 제스쳐를 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롯데손보 매각가를 2조7000억~3조원 수준으로 예측하는데, 이것이 너무 과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롯데손보) 상반기 실적과 경영 프리미엄 등을 적용해 보면 대략적 (매각 예상) 가격은 1.2조~2조원 정도”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비은행을 강화하려는 지주사와 사모펀드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다만 가치가 높아진 만큼 가격 부담이 생겼기 때문에 고민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