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쌈에 소맥, 사치되나”…외식물가, 연말 대목 앞두고 초비상
이상기후發 작황난에 채소 몸값 상승…주류 줄인상도 꿈틀 우유‧설탕‧과실 사용 비중 큰 카페‧제과업계, 원가 부담 가중
2023-10-10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연말을 앞두고 외식물가가 또 다시 요동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한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돈 품목은 31개로 79.5%에 달했다. 이 중 피자가 12.3%로 가장 높았다. 전달보다도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오리고기(7.3%), 죽(6.9%), 냉면(6.9%), 자장면(6.8%), 도시락(6.8%), 김밥(6.6%), 떡볶이(6.4%), 라면(6.3%)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에 가성비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는 구내식당도 식사비가 7.0% 뛰며, 일반 외식품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승세를 보였다. 평균을 밑돈 품목은 커피(외식)(1.2%), 스테이크(3.1%), 스파게티(3.1%) 등 8개 품목에 그쳤다. 1년 전보다 물가가 떨어진 품목은 하나도 없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비용과 인건비·물류비 등이 외식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추석 이후 설탕, 우유와 주류 가격까지 치솟으며, 연말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을 필두로 외식 물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로 꼽히는 삼겹살과 상추쌈의 몸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 농산물유통정보에서 확인한 이달 축산물 가격은 소폭 내림세를 보였지만, 청상추, 깻잎 등 쌈채소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6일 기준 청상추 100g은 1821원으로 1년 전 대비 51.4% 급등했다. 같은 기간 깻잎은 3165원으로 전년비 14.9% 올랐다. 고기쌈과 자주 곁들여 먹는 풋고추 28.3%와 오이도 각각 28.3%, 9.8%씩 상승세를 보였다. 주류 가격 줄인상도 예고됐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 환율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으로 제품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선두업체의 인상안 발표를 기점으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경쟁업체들의 공급 가격 상향 조정이 예상된다. 최근엔 유가공 업체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려 잡자, ‘밀크플레이션’의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원윳값 인상 여파로 유업체들이 우유 제품가를 약 10% 올리자, 빵 가격은 6%대, 아이스크림 가격은 20%대로 치솟은 바 있다. 세계 설탕 가격 상승도 제과·제빵업계를 비롯한 외식업계 전반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62.7로,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 인도 등 주요 생산국에서 설탕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우유, 설탕을 자주 쓰는 베이커리와 카페에서는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베이커리‧카페는 과일 사용 비중도 커,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과일 가격은 이상기후와 폭염,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급상승했다. 지난달 농산물 중 과실의 물가 상승률은 24.0%로 평균의 6배가 넘었다. 상승 폭은 전달(13.1%)보다 10.9%포인트나 커졌다. 특히 사과의 물가 상승률이 54.8%로 소비자물가 전체 세부 품목 중 가장 높았다. 복숭아 40.4%, 귤 40.2%, 딸기 31.6%, 수박 30.2%, 참외 21.0%, 밤 14.9%, 오렌지 12.5%, 바나나 10.8%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카페업계 관계자는 “제철과일을 활용한 시즌 음료, 제과는 각 분기별 주요 수익원으로, 안정적인 수급망 확보를 위해 과실 종류당 여러 계약 농가를 두고 있지만, 올해는 국내외 전반적으로 작황난을 겪어 판매량 축소 및 판매가격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