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하태경 '서울 출마' 선언에…"제2의 하태경 기대" vs "중진 역량 사장 우려"
초선·원외 중심 '긍정 평가'…장예찬 "중진 헌신 릴레이 기대" 김병민 "한번 희생해 당 전체 살리자는 분위기 타오를 것" 하태경 "3선 이상 무조건 험지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아"
2023-10-10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내년 총선 서울 출마가 여당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초선과 원외 인사 중심으로는 '공천 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다른 중진들의 '험지 출마 선언'이 뒤따를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일 하 의원의 내년 총선 서울 지역 출마 선언 이후 여당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하는 분위기다. 기대감은 주로 초선과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3선의 중진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천과 총선판 자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연말쯤에도 또 다른 제2, 제3의 하태경 의원과 같은 우리 당 중진들의 헌신이 충분히 릴레이처럼 이어지리라 기대한다"며 "11월이나 12월이 오게 되면 여러 가지 헌신과 희생, 결단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선인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라디오에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어떻게든 총선에서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 이런 분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 말했다. 특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까지 고려해 하 의원이 선제적으로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불씨들 댕겼다는 분석도 있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수도권 위기론과 함께 중진 험지 출마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 원내대변인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며 "많은 표 차이로 패배한다면 수도권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 인사인 김병민 최고위원 역시 지난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의힘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정치 개혁 뉴스가 마땅치 않았다"며 "서울에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면서 국민의힘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잡는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누군가가 나서서 다른 사람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하 의원이 시작점을 돌파했는데, 국민의힘에서 나를 한번 희생하고 당 전체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꽤 불에 타오를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이 곧바로 다른 영남 중진들의 '험지 출마'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분은 좋지만, 패할 경우에는 그 내상이 더욱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 중진들을 험지에 '자객 공천'했지만 모두 패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혜훈 전 의원은 서울 서초갑에서 동대문을에, 김재원 전 의원은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서울 중랑을에, 이종구 전 의원은 서울 강남갑에서 경기 광주을에 각각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반면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해 공천에서 탈락한 홍준표 대구시장, 권성동·김태호 의원 등은 무소속 출마로 당선됐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다른 지역구에 가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지역구 변경이 큰 의미가 있다"며 "그런데 쉽게 공천될 수 있는 지역구를 버리고 다른 지역에 갔다가 진다면 중진 의원이 갖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켜버리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한 것도 지난 총선의 경험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하 의원은 다른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여부는 결과에 상관없이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저 때문에 3선 이상이면 무조건 험지로 나오라는 강제 규정 같은 게 만들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기 고향에 평생 헌신하고 봉사하는 게 자기의 소명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다. 순수하게 개인의 결단이고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