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국제사회 입장차..."반격권 보장" vs "국제법 지켜야"
美 바이든, '전시 국제법' 강조하면서도"이스라엘, 대응 권리 있어" EU 외교안보 대표 "이스라엘 정부 일부 결정, 국제법 상충"
2024-10-1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양측의 전쟁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제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강력한 보복을 가하는 가운데, 대응 수위를 놓고 국제사회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1일 복수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발발한 이후 양측은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기습을 당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스라엘은 적대 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하마스 통치하에 있는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집중 포격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선제 타격을 당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연설에서 "세계의 모든 나라처럼 이스라엘은 대응할 권리가 있으며, (하마스의) 이런 사악한 공격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우리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하고, 압도적일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 전시 국제법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일부 미 언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미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내엔 더욱 강력한 조치를 원하는 세력도 있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하마스의 공격을 '야만'으로 규정하고 문명사회가 단합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10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화상으로 개최한 EU 27개국 외교장관 간 비공식 외교이사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준수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일부 결정은 국제법에 상충된다"면서 EU 외교장관 다수가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및 식료품 공급 등은 중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보렐 고위 대표는 "압도적으로 많은 회원국은 EU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하며, 예정된 지원 대금 지급이 지연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는 불과 하루 전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원조 즉시 중단' 방침을 번복한 것이다. 일부 회원국들은 관련 발표가 나오기 전 EU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한 데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민간인이 거주하는 마을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며 그런 행위를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튀르키예는 지역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