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어쩌려고… 기업대출 올해만 60조

중소기업·대기업 대출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

2024-10-11     이채원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기업대출이 1년 만에 60조원 증가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에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이 늘어나 기업대출 부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8420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만해도 694조8890억원으로 가계대출(695조0830억원)보다 적었지만, 10월 700조원을 돌파하며 가계대출 잔액을 뛰어넘었다.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과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대기업·중기·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이 모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132조9907억원으로 한 달 새 3조5863억원 증가했고 중기대출과 소호대출은 한 달 전보다 각각 4조3606억원, 8948억원 불었다.  기업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은행들이 기업 대출 영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기업대출을 30조원 늘려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며 타 은행들도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이에 따라 기업부채 비율도 주요국에 비해 상당폭 높은 수준으로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부담이 길어지면서 급증한 기업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으며 한국금융연구원도 부실기업 부채가 연평균 24%씩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계기업은 3903곳으로 분석대상 외감기업(2만5135개)의 15.5%를 차지했다. 직전년(14.9%)보다 한계기업 수 비중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7%포인트 올랐고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에 달했다. 제2금융권에서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로 전년 동기 대비 2.93% 포인트 늘었다. 상호금융인 새마을금고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8.34%로 같은 기간 2.73% 포인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