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RE100'에 'CF100'까지…숨 막히는 산업계

국내 재생 에너지 발전량 미미…RE100 조건 부합 어려워 산업부 주도 CF100, REC·PPA 불허…관련 업계 '골머리'

2024-10-11     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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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다 탄소 배출 없는 발전을 의미하는 'CF100(Carbon Free 100)'까지 탄소 중립에 대한 산업계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산업 구조상 RE100 준수도 어려운 마당에 CF100 압박까지 가해지면서 기업들의 고충이 늘어만 간다는 지적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그룹 등 국내 산업계 대표 주자들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 100%를 재생 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가입한 상태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적 기업간 협약 프로젝트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만 이용 또는 사용한 전력량만큼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구매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 구조(ESG)를 중시하는 경영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이에 입각한 규제 분위기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신 환경 경영 전략'을 발표해 2030년까지 가전·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는 DX부문부터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반도체 사업을 펼치는 DS부문을 포함한 전사적으로는 2050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인 2억톤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테크놀로지 등 8개사가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RE100 가입과는 별개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배터리·통신업계 등 국내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 계획 달성에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을 국내에 두고 있다. 산업 특성상 막대한 수준의 전력을 끌어쓴다. 2020년 기준 26.95TWh로, 미국 애플의 10배 수준이다. 국내 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이에 비하면 미미해 산업계가 사용하는 전력을 RE100 기준에 따라 충당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라인을 증설하거나 예정으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국내 재생 에너지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RE100을 대체할 목적으로 재생 에너지에 원자력 발전까지 에너지원으로 삼는 CF100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탄소 에너지 프리(CFE, Carbon Free Energy)' 포럼을 조직해 무탄소 에너지 인증 제도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명단에는 외국 주도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정부 당국은 다양한 에너지 기준을 추가해 기업 부담을 덜어둬 수급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RE100은 총 전력 사용량을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면 돼 인증이 까다롭지는 않으나 CF100의 경우 에너지 수요·공급 모두 탄소 중립을 준수한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지기 때문이다. CF100은 재생 에너지 인증(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이나 전력 구매 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통한 에너지 확충도 허용하지 않아 제조업계의 부담을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CF100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참여 의향이 저조하게 나타난 건 제도 논의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어서라고 본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인식 수준 제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UN과 구글이 검토 중인 '24/7 CFE'의 엄격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자는 것이 아닌 만큼 CFE 제도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업 입장에서 실현 가능한 수준의 탄소 중립 실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