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국감, '대북 정책' 쟁점…與 "안보 태세 저해" vs 野 "北 도발 명분'
'9·19 남북 군사합의' 놓고 전·현 정부 책임론 국힘 "전 정권 관계자들, 미몽에서 못 깨어나' 민주 "북한, '尹 담대한 구상'에 미사일 도발'
2023-10-11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전·현 정부 책임론을 꺼내 들며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로 인해 우리나라 안보가 저해됐다고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이후 오히려 북한에 군사적 도발 명분을 줬다며 맞섰다.
국회 외통위는 11일 오전 통일부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9·19 군사합의'를 거론하며 이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외통위 국감에서 9·19 군사합의에 대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안보 태세만 저해했다"며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 사실을 공개하고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정권 관계자들은 여태껏 상호합의 존중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합의에 대해서 언제든지 재검토하거나 효력 정지하는 것을 충분히 염두에 두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다. 지상과 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진 데 대해 윤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시사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사실상 합의가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실제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지난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대한 빨리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법적 절차 등을 고려할 때 9·19 군사합의 폐기보다는 국무회의 의결로 가능한 효력 정지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은 9·19 군사합의는 북한 도발을 막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병석 의원은 "9·19 합의 이후 접경지대 도발 현황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51개월 동안 38건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60개월 동안 1번, 윤석열 정부 들어 1번"이라며 "남북 군사합의는 접경지대의 우발적 충돌과 오판에 의한 위험성을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백한 중대한 도발이 없는 가운데 한국이 효력을 중지시키겠다, 폐기하겠다고 하는 것은 북한에 또 다른 도발 명분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 군사합의라는 것은 우리가 우발적, 또는 오판에 의한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방화벽이라는 점에서 효력 정지나 철폐에 대해선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정부의 대북 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이 오히려 북한 도발에 대한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홍근 의원은 '담대한 구상'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로 다가가기는커녕 한반도 전쟁 위험과 안보 불안의 길로 가고 있다"며 "북핵 고도화, 핵무력 증강을 오히려 돕는 '담대한 헛발질' 구상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