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고, 결과는 나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포인트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선거 전부터 국민의힘의 패배가 예상됐지만 그래도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을 생각하면 결과는 어느 누구도 확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거는 끝났고,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 이제 국민의힘 앞에는 선거 패배의 책임과 원인을 복기하고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하는 뼈 아픈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뼈 아픈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히 국민의힘 만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도 포함된다. 사실상 이번 패배의 책임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태우 전 구청장의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치러지는 선거에 당사자를 사면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었다.
대통령이 사법부 판단을 뒤집는 무리수를 뒀는데 이를 거부할 용기 있는 사람이 국민의힘에 없었던 것도 선거 패배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구청장은 마치 예정된 시간표를 따라가듯 공천을 받아 출마했고, 그리고 참패했다.
그렇다면 이제 윤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통감하고 무리수를 두는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꿀까. 지난 1년 반 동안의 국정 운영 방식을 보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은 어떤 외부의 비판에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윤 대통령의 소신 때문이다. 취임 이후 줄곧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나라를 위해 필요하면 하겠다', '지지율 1%가 나오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혀왔다.
지지층에서는 이러한 강단을 '뚝심'으로 평가하겠지만, '오만'과 '자만'이라는 측면도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둘을 가르는 건 결국 민심이고 그 것을 확인하는 것은 선거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과 두 자릿수 격차의 패배는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의 '뚝심'보다는 '오만'과 '자만'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읽는 게 합리적이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까지 지금 그대로의 국정 운영 기조를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지더라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을 싣는다. 권 의원이 누구인가. 단순한 의원이 아닌 누구보다도 '윤심(尹心)'을 잘 안다는 의원이다. 이 말에는 이미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 그대로 '용산 친정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시계를 돌려 보면 2021년 4월 열린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당 소속 공직자의 귀책 사유로 열리는 선거에는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냈다가 참패했다. 그리고 1년 뒤 대선에서 패배했고, 정권을 내줘야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겨냥해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민심에 겁을 좀 먹을 필요가 있다. 민심을 확인하고도 '오만'한 국정 운영을 바꾸지 않는 것은 '오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