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문턱 높이는 시중銀… 금융당국 ‘총량규제’도 시사
당국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은행권 가산금리 줄인상 차주 원리금 상환 부담 상승하고 신규대출 막힐듯
2024-10-1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한 우려를 지속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자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올라가고 신규 대출자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영업점 등에 주담대 혼합형 금리와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 신규)를 각각 0.1% 포인트와 0.2% 포인트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신잔액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변동금리(6개월 신규) 역시 0.2% 포인트 인상됐다. 올 1월부터 기준금리가 3.50%로 동결된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 억제를 위해 자체 가산금리를 조정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적정 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 금리운용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며 "변경 이후에도 당행은 대출금리가 낮은 편으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의 경우 은행권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주택담보대출 혼합금리 상품의 상품별 금리 감면율을 0.15% 포인트 축소했다. 우리은행은 13일 취급분부터 주담대 5년 변동 상품에 대해 금리를 0.1% 포인트 올리고 그 외 상품 금리는 일괄 0.2% 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전세대출 금리는 0.3% 포인트 상향된다. 신한은행도 내부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인상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타행의 금리동향을 지속 모니터링 중이며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이유는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은행들은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 등을 이유로 고금리 기조에도 대출금리를 크게 인상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심각하게 바라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매주 금요일 은행권 실무자들과 ‘가계대출 동향 점검’ 회의를 열어 대출 수요 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대출의 주요 원인으로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와 비대면 대출 등을 지적하며 과도한 대출 억제를 주문해왔다. 이에 은행들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사실상 폐지한 데 이어 대출금리를 줄줄이 높이는 모습이다. 실제 9월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월(680조8120억원)보다 1조5174억원 증가하는 등 지난 5월 이후 증가세를 보인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517조8588억원으로 2조8591억원 불어 2021년 10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최근 수도권을 주심으로 주택가격이 반등할 움직이 보이면서 투자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주 연속 상승세다.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주담대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금융 상식이 있으면 그런 상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중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신혼부부’인 60대 이상도 정책금융상품인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그런 사례가 0.1% 있는 것이 맞다”면서 “(신혼부부를 생각하지 못한 건)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답했다. 해당 상품은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 가구’인 경우 받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사실상) 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적정 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 금리운용 기준을 변경하는 은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 투자 수요가 살아나고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변동금리 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시장금리도 은행권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일 4.795%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5%대로, 금리 상단은 6% 중반대로 올라섰다. 예금금리와 채권금리 상승에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7%대를 돌파했다.